"기업회생제도가 아니었더라면 회사도 파산하고, 파산으로 이끈 내부 비리자도 밝혀내지 못했을 겁니다."

법원의 기업회생제도가 애초 목적인 기업 회생과 더불어 내부 비리자를 밝히는 데 큰 역할을 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기업회생제도란 재정적 어려움으로 파탄에 직면한 기업을 대상으로 효율적인 회생 방안을 마련하는 제도. 회생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내부 재무정보를 공개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횡령비리가 꼬리를 밟힌 것이다.

급식업체인 하나식품(부산 사상구) 박세은(48) 대표는 최근 부산 남부경찰서와 사하경찰서가 '지난 8년간 회삿돈을 개인돈처럼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로 전 부사장 하모(53) 씨와 경리담당 여직원 이모(46) 씨를 각각 부산동부지청과 부산지검에 기소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28일 밝혔다.

박 대표는 1999년 9월께 단체급식, 도시락 제조, 식자재 유통 등을 담당하는 하나식품을 설립했다. 5년이 흐른 뒤 본격적인 영업을 위해 자신은 대외 영업만 맡고, 회사 자금과 경영관리를 총괄할 부사장으로 하 씨를 영입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아무리 외부 영업을 늘리고 자금 순환을 위해 돈을 구해도 항상 회사가 '후퇴'하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회사 상황은 점차 악화되고 원인을 도저히 알 길이 없었던 박 대표는 결국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그 뒤 하 씨는 정상적인 출근을 하지 않아 해고됐다. 

박 대표는 부산지법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하 씨의 횡령 정황을 포착했다. 법원은 회생 승인을 앞두고 회계 전문가를 보내 재무 관련 장부를 확인했고, 이 과정에서 하 씨가 2004년 6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자신 및 자신의 직계가족의 계좌로 회삿돈 2억3315만여 원을 빼돌리는 등 2004년 5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총 5억6600만 원을 개인 용도로 활용한 혐의를 밝혀냈다. 이와 함께 전 경리 이 씨는 2005년 4월부터 2011년 5월까지 66개월 동안 월평균 329만여 원을 자신의 개인 통장으로 입금해 총 2억1747만여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 대표는 "당시 부산지법 파산부에서 근무했던 어준혁 판사와 부산 남부경찰서 배재영·사하경찰서 고경은 경사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내부 비리는 영원히 묻혔을 것"이라며 "기업회생제도가 중소기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기업회생제도 

재정적 어려움으로 파탄에 직면한 기업을 대상으로 채권자·주주·지분권자 등 이해관계자의 법률관계를 조정해 기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는 제도다. 채무자·채권자·주주가 신청할 수 있으며, 회생 개시 여부 결정은 관할 법원이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