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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의 재발견 <4> 진주시 강남동 '창작유등공동체'

주민 등만들기 동아리로 시작…낙후마을 탈출 등불 켜다

  •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
  •  |   입력 : 2013-01-23 19:25:52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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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 강남동에 들어선 '창작 유등체험관'에서 마을 주민들이 각종 등(燈)을 만들고 있다. 도심 속 소외지역이었던 이곳 마을은 '남강 유등'을 테마로 한 행복공동체로 거듭나고 있다.
- 개발제한구역 묶여 도심 속 오지
- 지역 조각가·문화기획자 등 참여
- 유등골목길 조성 마을축제 승화
- 남강 유등축제에도 주체적 동참
- 등만들기 체험프로그램 등 운영
- 2년 만에 활기 넘치는 마을 변모

경남 진주에도 '강남'이 있다. 이곳 마을은 도심에 있으나 서울의 강남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정비되지 않은 좁은 골목은 어둡고, 가옥은 낡았다.

게다가 지역 내 대부분이 개발제한구역이고 마을은 오랜 기간 정체돼 있다. 옛날에 '백정'이 모여 살던 마을로, 역사·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이다. 그러나 최근 마을 주민들이 공동체를 이루면서 희망이 싹트고 있다.

■살기 좋은 동네 만들기

   
창작 유등체험관에서 등 만들기를 체험 중인 초등학생들.
23일 오전 진주시 강남동 골목길 안쪽에 자리잡은 창작 유등체험관. 안으로 들어서니 주민 10여 명이 둘러앉아 창작등을 만들고 있었다. 철사로 등 모양을 만들고 그 위에 한지를 씌우는 손놀림이 빨라 보였다. 2시간가량의 작업 끝에 양초등, 초롱등, 원형 한지등, 장구등 등 여러 가지 모양의 예쁜 등들이 만들어졌다. 그 옆에서는 방학을 맞아 찾아온 초등학생 30여 명이 색한지와 칼, 풀 등의 재료를 앞에 놓고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창작등을 만드는 체험에 여념이 없다.

강남동 주민들이 유등 공동체를 이룬 것은 낙후지역에서 벗어나기 위한 발전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또 마을 인근 남강에서 해마다 유등축제가 열리는데도 정작 주민들은 소외됐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강남동 길을 알면 진주시내 길을 다 안다는 말이 있다. 강남동은 정비되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이 거미줄 같은 골목을 따라 이어져 있다. 마을에는 일제시대부터 이어져 온 탱자나무길과 나루터길이 아직 남아 있다. 도심에 있는 낙후 마을이지만, 도시답지 않게 이웃사촌 간 정이 넘친다. 오랫동안 변화가 없는 주거 중심의 마을이다 보니 이곳에 30~40년 살고 있는 주민들도 많다.

진주의 대표 축제인 남강유등축제는 이 마을과 도로를 사이에 둔 남강 일원에서 열린다. 휘황찬란한 축제의 불빛이 밝을수록 이 마을은 더욱 어두워진다. 또 화려한 진주성의 역사·문화가 이곳 강남동의 낡은 모습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

상황이 이렇자 진주YMCA와 뜻있는 주민들은 2010년부터 새로운 공동체 운동을 벌였다. 마을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뜻이 모아졌다. 이 공동체는 유등과 각종 등을 지역의 문화적 상징으로 삼았다. 남강유등축제를 적극 활용하자는 뜻도 담겨 있다. 이에 따라 살기 좋은 강남 만들기 사업이 시작됐다. 이후 창작 유등 제작교실을 운영하고, 유등 골목길을 조성해 나가고 있다. 유등으로 마을축제도 개최한다.

■골목길 재발견

   
이곳 체험관 운영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종식 사무국장.
시내 천수교에서 진주교 방향으로 이어진 공원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중앙광장 조금 못 미친 길 건너편에 '산타마을'이란 간판이 보인다. 이 뒤쪽이 강남동 4통이다. 마을축제가 열리면 동네 주민들이 직접 만든 유등을 집집마다 내걸고 골목길을 밝힌다. 그래서 유등 골목으로 유명하다.

골목으로 접어들면 투박하지만 정성이 밴 갖가지 유등이 눈에 들어온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 불편할 정도로 좁은 골목길이나 거북이, 나비, 별, 하트, 꽃병, 돼지 등 각종 형태의 창작 유등에서 눈을 뗄 수 없다. 또 담장 사이사이 벽면에는 지난 1년간 동네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의 작품 40여 점이 함께 전시돼 '삶'이란 단어를 연상케 한다.

유등 골목의 창작등은 주민들의 노력이 담겨 있어 더욱 애틋하다. 특히 올해는 강남동 전체로 유등 골목을 확대하기로 했다.

㈔진주강남창작유등체험관 운영협의회 김종식(42·진주 강남동) 사무국장은 "처음에는 사람을 모으는 게 과제였다. 한창 더운 여름에 동네 활동가 40~50명을 반강제적(?)으로 주민자치센터에 모았다. 아무 것도 모르는 주민들에게 기초부터 가르쳤다. 만들기 가장 쉬우면서도 면 분할을 배울 수 있는 수박 등과 문패를 우선 만들었다. 문패 유등이 집 앞을 밝히자 그동안 반신반의했던 주민들이 호응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다

   
야간 강남동 마을 골목길에서 유등을 밝히는 주민들.
주민들 간 동아리 활동으로 시작된 유등 만들기가 강남동의 희망이 되고 있다. 유등 제작은 주민 화합에도 도움을 준다.

이 사업은 강남동 출신으로 남강변에서 감성적인 커피하우스(커피포트)를 운영 중인 조각가 강선녀 작가, 강 작가와 동업자이자 가수인 구채민 씨의 공이 컸다. 또 극단 현장에서 기획홍보를 맡고 있는 건축가 박범주 씨, 대학가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다 문화기획가로 변신한 추연철 씨, 진주YMCA에서 주민참여와 마을만들기 교육을 담당하던 최영 팀장 등이 의기투합해 지난 2년간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특히 강 작가는 '365 모두의 축제마을 진주 강남 만들기 추진위원회 공공기술팀장'으로 활동했다. 주민들에게 유등의 기초부터 완성까지를 가르친 유등 선생님이다. 그 덕분에 주민들 스스로 유등을 만드는 동력을 가지게 됐다. 유등을 만드는 도우미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정도의 실력도 갖추었다. 창작유등체험관의 창작유등 교실과 창작유등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의 강사까지 담당하는 등 날로 발전하고 있다.


# 창작 유등체험관

- 주민 소통 문화 복지 커뮤니티
- 일자리 어우러진 복합 희망공간
- 등 제작판매 마을기업 육성 계획

   
창작유등 체험관 전경.
진주시 강남동에 창작 유등체험관이 건립되면서 유등을 테마로 한 마을 가꾸기 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이 체험관을 중심으로 '방사형' 유등 골목 가꾸기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이 체험관은 주민들이 함께 만드는 희망마을공동체이자 함께 누리는 행복공동체이다. 주민들 간 소통과 문화, 복지, 커뮤니티, 일자리가 어우러지는 복합희망공간으로 재창조됨으로써 지역공동체 형성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체험관은 904㎡ 부지에 지상 1층(연면적 176㎡) 규모로 지어졌다. 2011년 당시 행정안전부의 희망마을 만들기 공모 사업에 선정됐다. 이후 국·도비 3억 원과 시비 1억 원 등 모두 4억 원으로 지난해 9월 건립됐다.

주민협의체 격인 ㈔진주강남창작유등체험관 운영협의회가 결성돼 창작 유등만들기 체험 행사와 창작 유등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유등 만들기 체험은 유치원생과 초등·중학생, 일반인,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며 각 체험프로그램에 따라 1인당 5000~1만 원을 받는다.

유등교실은 초등·중급반으로 나뉘는데, 월 1만 원의 수강료를 받고 매년 분기별로 수강생을 모집한다. 또 창작 등을 제작, 판매함으로써 지역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마을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안봉규 강남동장은 "창작 유등체험관은 이 같은 활동을 통해 공동시설이 열악한 지역의 사회적 소통과 문화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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