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거창군 남상면 춘전리 88고속도로에서 태풍 '산사' 내습 때 산사태로 도로에 밀려내려온 토사를 치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거창군 제공

- 주민 차량통행 등 불편 초래

태풍 '산바'가 휩쓸고 지나간 지 사흘째인 19일 거창군 남상면 88고속도로의 산사태 피해 현장. 절개면 곳곳이 흘러내렸고, 도로는 푹 꺼져 있다. 흙과 돌을 가득 실은 대형차량들이 쉴새 없이 오가며, 도로를 되메우고 있다. 도로공사는 산사태가 발생한 지난 17일 오후부터 중장비 80여 대를 동원해 철야 복구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쓸려 내려온 토사가 엄청나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로공사는 18일 오후 2차로 도로 중 1차로를 그나마 임시 복구해 차량을 통행시키고 있다. 완전 복구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어서 운전자들의 불편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도로 확장공사로 인해 절개면 곳곳이 파헤쳐져 집중호우 때 산사태가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운전자들은 "끊이지 않는 교통사고로 '죽음의 도로'로 불리는 88고속도로가 '산사태 도로'라는 오명을 듣지 않기 위해서는 근본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도로는 지난 17일 산사태로 차량 10여 대가 고립돼 20명의 승객과 운전자들이 장시간 고통을 겪었다.

거창군 남상면 춘전리 함양~합천 지방도로. 주변 10㏊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9㎞ 도로 7곳이 거대한 펄밭으로 바뀌었다. 중장비 10여 대가 동원되고 주민들까지 나섰으나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함양군 안의면 동산리에서는 3㏊ 규모의 산사태로 마을 진입로가 막힌 상태다. 산청군 차황면 설매리 야산 5㏊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해 마을 주민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

거창에서는 야산 50개소 15㏊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30여 개의 도로가 매몰됐다. 함양은 도로 41개소 13㏊에서, 산청은 37개소 20㏊에서 산사태 피해를 입었다.

이들 서부경남 지역에 산사태가 집중 발생한 것은 태풍 '산바' 내습 전에도 비가 계속 내려 토질이 약해져 있었던 데다 '산바' 내습 뒤 이틀간 250~300㎜의 강우량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산사태가 나기 직전에는 시간당 58㎜의 폭우가 쏟아졌다.

거창군 관계자는 "태풍과 산사태로 인해 끊어졌던 도로 중 농로를 제외한 대부분의 도로가 임시 복구된 상태여서 조만간 차량 통행이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