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작스러운 휴업에 고충 토로
- 등교 강행한 고교생들도 불만

회사원 김모(47·부산 연제구 연산동) 씨는 "오늘 근무하면서 집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다"고 17일 말했다. "태풍 탓에 초등학교가 이날 하루 임시휴업하면서 공무원인 아내는 출근하고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집에 혼자 있게 돼 전화로 식사 여부 등을 확인해야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회사원 최모(39·부산 해운대구 우동) 씨는 "상사의 눈치가 보였지만 17일 하루 월차휴가를 냈다"며 이날 하루를 아예 집에서 보냈다. 최 씨의 아내는 교사여서 출근해야 했고, 초등학교 1학년과 유치원생인 두 자녀는 이날 임시휴업으로 학교에 가지 않았다. 최 씨는 "태풍이 올라와 임시휴업 조치가 내려질 때마다 우리 같은 맞벌이가정은 심각한 고충을 겪게 된다"고 털어놨다.

부산시교육청은 강력한 태풍 '산바'가 북상한다는 예보에 따라 지난 16일 "부산시내 유치원과 초·중학교, 특수학교는 17일 하루 임시휴업하고 고교는 학교장 재량에 따라 맡긴다"고 결정했다. 부산시도 이날 어린이집에 대해 원장의 재량으로 임시휴원할 수 있도록 통보했다.

그런데 학생과 어린이 안전을 위해 취해지는 이 같은 조치는 해당 연령대의 자녀를 둔 맞벌이가정에는 태풍에 이은 또 하나의 '시련'이 되고 있다. 공직에 있는 아내와 맞벌이를 하며 각각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자녀 2명을 키우는 직장인 오모(42) 씨는 "임시휴업을 해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의 종일반이 가동돼 아이들을 맡길 수는 있지만 통학버스 운행은 중단되는 경우가 많아 빗속을 뚫고 아이들을 직접 데리고 다녀야 해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에서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대개 맞벌이를 하고 있을 텐데 이들이 태풍 때마다 불안과 당혹감에 시달리지 않도록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 부산시내 143개 고교 가운데 66개 고교가 학교장 재량에 따라 임시휴업을 단행했다. 이 탓에 불안 속에 등교해야 했던 일부 고교생과 학부모들은 부산시교육청 홈페이지 등에 "태풍이 불면 고교생도 똑같이 위험에 처하는데 무리하게 등교하게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글을 남기는 등 개선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