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수입원 줄어든 해적들
- 통상보다 3·4배 몸값 요구해
- "해적 맞교환이 목적" 주장도
- 사태 장기화에도 정부 느긋

싱가포르 선적 화학물질 운반선 '제미니(MT GEMINI)호'의 한국 선원 4명이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된 지 500일이 지나면서 가족과 송출회사 등이 선원들의 안전과 무사 귀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적들의 요구는 몸값? 맞교환?

해적들은 이번 사건에서 유독 높은 몸값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몸값은 그동안 공개된 적이 없지만, 통상 인질 1인당 20억 원이라면 이번에는 60억~80억 원 정도를 내놓으라고 요구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해적들은 해적사건 전문매체인 소말리아 리포트나 유튜브 등에 한국인 인질들의 모습을 띄워 피랍자 가족들과 선사 및 한국 정부의 협상력을 떨어뜨리려 한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전언이다. 이처럼 과도한 몸값을 요구하는 것은 해적 사건 자체가 줄어 수입원이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4월 30일 제미니호 사건 이후 한국인 선원이나 선박의 피랍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국내에서 징역을 살고 있는 소말리아 해적들과의 맞교환이 목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금미호 선원들의 석방협상에 참여했으며 케냐 몸바사에서 선박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종규(59) 씨는 "해적이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우리 선원들과 우리나라에서 징역을 살고 있는 소말리아 해적들과의 맞교환이다. 해적이 이들을 제3국에서 맞교환하자고 먼저 제안해 왔지만 정부는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 30일 소말리아 해적들이 싱가포르 선사가 건넨 협상금을 받고 한국인 선원 4명을 제외하고 모두 풀어준 뒤 3일 만에 이런 제안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당시 자신을 중재인이라고 소개한 소말리아 사람이 몸바사의 한 카페로 불러서 갔더니 돈은 필요 없고 한국인 선원과 해적 맞교환을 제안했다"며 "이를 한국정부에 전달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 씨는 "대사관을 통해 이 제안을 전달했지만 후에 해적과의 협상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한국인 선원들을 억류하고 있는 소말리아인들은 해적이 아니라 우리 군에 생포된 소말리아 해적들의 가족이나 친인척"이라며 "이 때문에 그들은 돈이 아니라 가족의 생환을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적들, 인질 해코지 어려워"

외교통상부, 국토해양부 등 관계 정부 부처는 이번 사건에도 '정부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선사가 협상을 주도하고 정부는 측면 지원을 한다는 뜻이다. 정부가 개입하면 협상력이 낮아진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피랍이 장기화되는 측면도 강하다.

정부는 소말리아 해적들이 인질을 통해 몸값이나 맞교환 등의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사태가 장기화해도 인질에 해가 가도록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적 사건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해적들은 사업형 자본가들에게 고용된 이들로서 인질들을 돈으로 보고 있다. 인질들은 해적들 입장에서 보면 중요한 사람들이어서 해코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