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구, 나팔꽃 심어 햇빛 차단
- 동래구, 실내온도 29도 강제
지난 7일 예비전력이 관심단계로 떨어지는 등 무더위가 일찍 찾아오면서 관공서마다 에너지 절약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허리띠를 잔뜩 졸라맸던 지난해보다도 더 줄여야 해 각종 아이디어가 동원되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정부 지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경찰청 등 공공기관은 이달부터 오는 9월 21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전력 사용량을 5% 감축해야 한다.
이에 따라 ▷청사 내 온도 28도 유지 ▷오후 2시15분부터 오후 5시까지 세 차례에 걸쳐 냉방기 가동 의무 중지 등을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보다 전기 설비가 늘어난 구청들은 다른 분야에서 더 줄여야 해 고민이 더 많다.
부산 연제·금정구 등 지난해 말부터 CC(폐쇄회로)TV 관제센터를 도입한 지자체들은 지난해보다 전력 사용량이 5%가량 증가했다. 24시간 모니터와 서버를 가동해야 하는 데다 서버 관리를 위해 항온·항습 장치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연제구 관계자는 "설비 확충 부분을 감안해줄 수 있는 지 부산시에 문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전구 빼기, 엘리베이터 가동 중단 등 일반적인 방법 외의 고육지책도 동원되고 있다.
서구는 얼마 전 구청사 주변을 돌아가며 나팔꽃을 심었다. 넝쿨이 담장을 타고 올라가 벽을 감싸면 햇빛이 차단되는 효과를 노린 조치다.
동래구는 실내온도를 29도로 맞추기로 했다. 중앙 냉난방 시스템이 없어 일괄 가동 중단 등이 쉽지 않아 내린 결단이다. 구는 29도가 되지 않았는데도 냉방기를 가동할 경우 내부 게시판에 고시를 하는 등 강경책을 쓸 방침이다. 부산진구는 에어컨 가동은 물론이고 선풍기 등 개인 냉방기기 사용도 제한하기로 했다. 부산시는 입으면 몸 온도를 낮춰주는 휘들옷 착용 권장에 나섰다. 과장급 이상 간부는 회의 시 휘들옷을 착용하기로 했다. 부산경찰청은 실내온도가 외부보다 높아지면 공기순환장치를 통해 외부 공기를 유입시켜 더위를 식힐 계획이다.
관공서 에너지 절약은 민원부서나 시민 편의시설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제구는 지난해 이맘때엔 보건소 진료실에는 에어컨을 가동했으나 올해는 아직 한 번도 틀지 못했다. 부산진구는 결혼식장으로 대관하는 대강당이 전력 소모가 많다는 판단에 따라 오는 8월 31일까지 예식 및 일반 대관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구 관계자는 "지하 강당은 무대 조명이라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데다 발전기를 가동해 에어컨을 돌려야 해 필요 없는 전력 소비가 많아 대관을 중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