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태산을 넘는 것보다 힘들고, 알기는 열길 물속보다 어렵다'.

검찰을 출입해 본 기자라면 한 번쯤은 이 같은 푸념을 입에 올렸을 것이다. 그만큼 검찰의 폐쇄성은 일반 관청보다 정도가 심하다. 출입기자가 느끼는 게 이 정도면 일반인은 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을 듯하다.

검찰 자체도 이 같은 대언론 장막(?)이 부담스러웠는지 몇 해 전부터 공보검사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얼핏 언로를 틔운 것처럼 보이지만 기자입장에서 보면 그다지 나아진 게 없다.

최근 울산지검이 기자들에게 보여준 홍보 수준은 검찰 내부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대언론 폐쇄성을 새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지난 29일 울산지검 특수부에서 원전 납품비리로 구속 기소된 미결수가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시민 제보로 3시간 만에 붙잡히기는 했지만, 당시 검찰이 기자들에게 보여준 행태는 폐쇄적 언론관의 결정판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특수부는 물론이고 공보담당인 차장 검사도 기자와 대면은 고사하고 사실확인을 요청하는 전화통화마저 피했다.

하늘엔 헬기가 뜨고 200여 명이 넘는 경찰이 지검 청사 주변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을 했다. 주변 아파트나 주택가 주민들은 원인을 몰라 불안에 떨어야 했다. 그런 와중에도 검찰은 기자들에게 탈주범의 기본 현황은커녕 도주 전후 과정 등 어느 것 하나 설명하지 않았다. 탈주범 검거 이후에도 도주 이유, 검찰의 입장 등에 대해 함구로 일관했다.

기자들은 탈주범이 수감돼 있던 부산구치소나 경찰을 통해 우회 취재하는 방법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원전 비리 수사 때도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기자의 취재요청에 "수사 중이어서 확인해줄 수 없다"는 처지를 밝히기라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예 묵묵부답이었다.

탈주범은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에 도주 과정에서 어떤 범죄를 저지를지 모른다. 만약 강도나 살인을 저지른 흉악범이었어도 검찰은 침묵만을 고집했을까 생각하니 아찔하다. 수준 높은 수사력만큼이나 세련된 홍보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