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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송현의 이슈 인물 <11> 도법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장

"도박사건 부끄럽고 죄송…출가수행자 쇄신 기회로 삼겠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5-20 19:38:32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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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법 스님이 지난 16일 서울 조계사 화쟁위원회 사무실에서 불교계의 자성과 쇄신 결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세속화 등 뿌리 깊어 쇄신엔 긴 호흡 필요
- 공동체 구성원 모두 책임지고 참회해야

- 화엄경 만난 후 화두 '생명' 붙들어
- 뭇 생명이 평화롭게 사는 세상 구현 노력

- 부처님이 바라는 중생의 안락·행복
- 제자들이 실천해야

대한불교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장인 도법(63·실상사 회주) 스님은 최근 '승려 도박 사건'과 관련, "부처님의 정신과 사상을 구현하고, 그렇게 살자고 모인 출가수행자들이 이를 체화(體化)하지 못하고 세속화한 데서 발생한 문제"라면서 "이번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뼈를 깎는 참회와 자성 그리고 쇄신 노력으로 환골탈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서울 조계사 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화쟁위원회 사무실에서 도법 스님을 만나 조계종 쇄신방안과 스님이 추구하고 있는 생명평화 등에 관해 물었다.

-'승려 도박 사건'으로 불자와 시민들이 실망과 충격에 빠졌습니다.

   
▶무어라 할 말이 없습니다. 부끄럽고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다만, 이번 사건을 우리 출가수행자공동체가 새로 태어나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부대중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으려고 몸부림 치고 있으니 지켜봐 주시고 힘을 보태 달라고 당부드립니다.

-이번 사건은 세속의 권력암투와 밥그릇 싸움을 연상시킵니다. 출가수행자집단에서 왜 이런 일이 자주 터지는 겁니까?

▶근본적인 문제는 부처님의 사상과 정신으로 살고, 그 사상과 정신을 세상에 구현하겠다고 출가한 사람들이 이를 자신의 삶으로 체화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출가수행자집단이 세속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는 비판이 드셉니다.

▶조계종은 거대한 집단입니다. 그만큼 재산이 있고 권력이 있다는 얘기죠. 거대한 조직을 관리하는 데는 종교의 논리만으로는 안 됩니다. 재산과 권력을 잘 관리하고 운영하기 위해선 이를 위한 규칙과 질서를 세우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이번 사건은 이런 역량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고 보면 됩니다. 더러 일어나는 잿밥 싸움도 이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출가수행자들의 세속화가 근본 문제이고, 이런 사태로까지 번진 데는 종단 정치권력를 향한 욕심이 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현 집행부에 대한 반발이 타락상을 무한폭로 형태로 고발하는 양상입니다.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자성과쇄신결사 와중에 대형 사건이 터져 '결사(불교쇄신·정화운동)'가 무색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우리 불교는 긴 역사 속에서 체질화되었습니다. 악습과 폐습도 뿌리가 깊다는 것이죠. 쇄신에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자성과 쇄신의 기치를 내걸었다고 당장 성과가 나타나길 기대하는 것은 환상입니다. 쇄신은 긴 호흡으로 해야 합니다. 특히 쇄신은 총무원장 등 특정인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출가수행자 모두가 공감하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체질화하고 문화화해서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지난한 과정입니다.

-총무원이 이번 사건의 수습책으로 전문 종무원 양성을 통한 사찰재정 운영 투명화, 집행부 인사, 당사자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엄정한 법집행 등을 제시하고 자성과 쇄신을 강력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의 추진 방안이 궁금합니다.

▶이번 사건은 출가수행자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결사에 대한 공감을 한층 더 높여주었다고 보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까 합니다. 사건 당사자들에 대한 처리와는 별도로 이번 사건은 우리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고 짊어져야 할 짐입니다. 정직하게 인정하고 뼈아프게 성찰하고, 반성하고, 참회한 다음 환골탈태할 수 있도록 주체적 몸짓으로 실천을 모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사추진본부는 우선 부처님오신날 전까지는 참회와 반성을 기간으로 삼겠습니다. 그리고 초파일 이후는 야단법석 등 대중공사를 통해 청정승가상 확립 등 쇄신책을 하나하나 만들어나갈 생각입니다. 여기에는 사부대중 외에도 불교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아끼는 일반 대중도 참여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도법 스님께서 지난해 종교평화선언을 유보하게 한 법전 종정에게 보낸 공개질의서가 이번 사건을 예고한 것으로 새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당시 종단의 금권·계파정치, 고급승용차를 이용하는 등 스님들의 호화생활, 재정 및 인사 불투명성, 엄정하지 못한 법집행 등을 지적했었지요. 도박 파문은 곧 재정 불투명성에서 비롯된 것이죠. 이미 공의를 모은 종교평화선언을 보류하라시니까 종지에 어긋나는 것이면 지적을 해주시라, 주석하시는 해인사의 청동대불 건립 불사 같은 호화불사를 비롯해 현재 종단에 만연한 병폐에는 왜 아무 말씀하시지 않느냐며 질문을 드렸던 것이죠.

-1990년 개혁승가 결사단체인 선우도량을 창립해 이끌었는데, 불교 개혁에 매진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우리 불교계가 부처님의 사상과 정신을 확립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죠. 종단 내 모든 불미스런 일들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여기에 있습니다. 교육을 통해 인재를 기르고 새로운 풍조를 만들어 부처님의 사상과 정신을 확립하려 했던 것입니다. 불교적 대안과 사회적 대안 모색의 하나로 불교적으로는 인드라망공동체, 사회적으로는 생명평화공동체 운동을 한 것입니다. 역량과 노력이 부족해 아직 제대로 이룬 것이 없습니다.

-도법 스님은 생명평화사상의 상징으로 각인돼 있습니다. '생명평화'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선방을 뛰쳐나와 '화엄경'을 만났어요. 이를 통해 온 우주가 하나의 유기적 생명공동체임을 깨닫고, '생명'이란 화두를 붙들게 되었습니다. 21세기 들어 문명사적 위기를 맞고 있고, 이것은 곧 생명에 대한 위협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인간에게 가장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가치는 생명입니다. 온 우주가 생명공동체인 만큼 나의 생명뿐 아니라 너와 우리 모두의 생명이 평화롭게 사는 것이 지고지선의 과제라고 봤습니다. '생명평화'는 뭇 생명이 평화롭게 사는 세상에 대한 열망이고 저는 그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부처님이 오신 목적은 무엇입니까?

▶뭇생명의 안락과 행복을 위해서죠. 출가수행자들은 모두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복무해야 합니다. 복무를 충실히 했다면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은 일어날 수 없죠.

-평소 실천적 수행, 실천 불교를 강조하신 까닭은 무엇인가요?

▶부처님이 바라는 뭇생명의 안락과 행복을 위해서는 선방보다 뭇생명이 사는 현장을 찾아가야 하지 않겠어요? 부처님은 전법선언(진리의 말씀을 전하러 떠나라는 전도선언)을 통해 나와 그대들(제자들)은 '신과 인간의 굴레'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천명했어요.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는 인간선언인 셈입니다. 인간의 운명과 구원의 주체는 신이 바로 인간 자신이라고 선언하신 거지요. 그런데 현실에서는 인간이 만든 굴레에 의해 존엄성이 훼손되고 주체성과 자유의지가 억압되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안락과 행복한 삶을 이룰 수 있겠어요. 그래서 현장에서 굴레의 실상을 파악하고 사람들이 그 굴레를 벗고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출가수행자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그동안 한국불교는 너무 삶의 현장을 떠나 있었어요. 은둔적이고 개인적이고 정적이죠. 왜곡된 불교의 모습입니다. 불교 본래의 역동적 실천적 성격을 회복하는 것이 쇄신의 중요한 방향입니다.

-이번 부처님 오신날(오는 28일)의 감회는?

   
▶초파일은 부처님 생일날, 생일잔칫날입니다. 잔치의 주인공은 부처님이죠. 그렇다면 우리는 잔치의 주인공이 좋아하는 선물을 해야겠죠. 부처님은 무엇을 제일 좋아할까요. 아마 자신이 온 목적을 제자들이 실천하는 것 아니겠어요. 그러니 부처님 오신날 만큼은 사부대중과 시민들이 모두 이기심을 내려놓고 가난하고 약하고 고통받는 사람, 오만하고 무지한 사람 등 뭇생명의 평안을 위해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편집부국장 pine@kookje.co.kr


● 도법 스님

도법 스님은 한국불교 개혁과 생명평화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1949년 제주에서 태어난 도법 스님은 18세에 금산사로 출가했다. 해인사 강원에서 경전을 공부한 뒤 봉암사와 송광사 등 제방선원에서 10여년간 수행했다.

1990년 올바른 승가상 확립을 위한 결사체인 성우도량을 만들어 청정불교 운동을 이끌었으며, 1995년 실상사 주지로 부임하여 귀농학교, 대안학교, 환경운동 등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운동을 펼쳤다.

1994년 조계종 개혁 불사 당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으며, 1998년 종단 분규 때에는 총무원장 권한대행을 맡아 사태를 수습하고 다시 실상사로 돌아갔다.

'생명평화'라는 화두를 실천적 수행을 통해 깨치려는 스님은 2001년 '좌우익 이념 대립 희생자를 위한 지리산 위령제'와 '생명평화 민족화해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지리산 1000일 기도'를 주도했으며 2004년 3월 1일 지리산 노고단에서 '생명평화 탁발순례'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현재 지리산 실상사 회주이자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 본부장, 분쟁조정기구인 화쟁위원회 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다투지 않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있다. 2008년 포스코청암상 봉사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화엄의 길, 생명의 길' '그물코 인생, 그물코 사랑' '망설일 것 없네 당장 부처로 살게나' 등이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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