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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송현의 이슈 인물 <9> 문성현 민주노총 경남본부 지도위원

노사정 사회연대기금 모아 비정규직·中企노동자 처우 개선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4-29 20:33:02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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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지난 25일 경남 창원시 통합진보당 경남도당 사무실에서 창 밖을 내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민주노총 설립 전은 엉터리 노동법
- 파업 투쟁이 나의 지론이었지만
- IMF 이후 과실 보장되지 않아
- 후배들에 교섭하라고 조언했다

- 진보정당 지지세력 확장 못한건
- '친북·종북·빨갱이 딱지' 해명 미흡
- 北인권·권력세습, FTA 대한 입장
- 국민 상식에서 진지하게 고민을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를 만든 핵심 인물이자 1990~2000년대초 한국 노동운동을 좌지우지한 '문단심(문성현 단병호 심상정)'의 한 사람. 치열한 투쟁력으로 조직을 강화한 '문전투', 개별노조가 정부와 기업에 각개격파당하자 산별노조를 건설해 '문산별'이란 별명을 가진 노동운동가. 한국 노동운동사의 살아 있는 전설 문성현(전 민주노동당 대표) 민주노총 경남본부 지도위원을 두고 하는 말이다. 노동절(근로자의 날)을 엿새 앞둔 지난 25일 경남 창원시 중앙동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사무실에서 문 지도위원을 만났다. 4·11 총선(통합진보당·창원 의창구) 패배의 아쉬움이 아직 가시지 않은 표정이어서 노동절 얘기부터 꺼냈다. 

-30년 넘게 노동현장을 누빈 노동운동가로서 노동절을 맞는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1890년 5월 1일 미국에서 첫 메이데이가 개최된 이후 122년이 지났지만 우리 노동현실은 암담하기 그지없습니다. 메이데이 취지는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인정받고 쉴 때는 쉬고, 일할 때는 열심히 일해서 인간답게 살자는 열망입니다. 우리나라는 노동자 10명 중 8~9명은 중소기업 노동자이거나 비정규직으로 인간답게 살 수 있을 만큼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서울대 상대를 졸업했는데, 노동계 투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당시는 한마디로 격변의 시기였죠. 1970년 전태일 열사 분신, 72년 유신, 74년 민청학련사건 등은 시골에서 입시공부만 한 저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하던 저에게 결정적인 해답을 제시해준 글이 있었어요. 당시 캠퍼스에 복사물로 나돌던 전태일 열사의 일기입니다. 이런 구절이 있더군요. "나에게 대학생 친구가 한 명 있었더라면…" 경동교회 계단을 오르며 되새기고 또 되새기다 결심했지요. 노동자를 위한 삶을 살아야 겠다고.

문 지도위원은 1982년 고려대에서 학생운동을 하던 이혜자 씨와 결혼하고 이듬해 창원으로 와 "창원대로에 뼈를 묻겠다"고 다짐하며 창원지역 노조를 규합해 87년 12월 마창노련을 결성하고 전노협 창립의 토대를 마련했다.

-국가보안법·노동쟁의법 위반 혐의로 다섯 번이나 구속·투옥됐는데, 그 과정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남다른 인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통일중공업 노조위원장 시절인 1985년 노동쟁의조정법 위반 혐의로 처음 구속돼 재판을 받을 때 담당변호사가 노 전 대통령이었어요. 그가 내게 묻더군요. "상고 출신인 노무현은 출세하기 위해 고시 패스하고 판사, 변호사가 되었는데 왜 문성현 당신은 서울대 상대를 나와 노동운동을 하고 있습니까?" 저는 노 변호사에게 '전태일 평전'을 읽어보라고 했죠. 그 책을 읽은 노 변호사가 두 권 더 사서 판사와 검사에게 건네며 "이 책을 보아야 문성현을 알 수 있다"고 했다더군요. 그가 노동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저와의 만남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뒤에 들었습니다.

-2006년 민주노동당 대표를 지냈고, 지방선거와 총선에 출마했는데 정당인(정치인)으로 변신한 겁니까?

▶노동운동은 잘못된 법과의 싸움입니다. 노동운동가는 제3자개입법, 정리해고법, 비정규직법 등 노동자의 삶과 노동운동을 옭죄는 법과 싸워야 하고, 법을 바꾸는 것은 정치의 영역 아니겠습니까. 특히 노동운동가에게 색깔 입혀 국가보안법으로 구속하려 하기 때문에 국가보안법 철폐에도 적극 나선 것입니다. 본질적으로 나는 노동운동가입니다. 

-4·11 총선에서 46%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으나 결국 낙선한 데 대한 아쉬움이 큰 것 같습니다.

▶이번 출마는 '2013년 체제'라는 큰 틀에서 이뤄졌어요. '2013년 체제'란 야권단일화를 통해 다수당을 달성, 이를 바탕으로 정권교체를 이뤄 '노동자 복지'를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정치지형을 말합니다. 그래서 '당선이 보장된' 권영길 의원 지역구(창원 성산)를 양보하고 보수 텃밭의 의석을 뺏기 위해 도전한 것이죠. 이번엔 돼야 하고,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여한이나 회한은 없습니다. 

-패인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노동운동가 문성현의 캐릭터가 결국 보수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한 것입니다. 보수층에게 있어 문성현은 빨갱이·데모꾼으로 각인돼 있거던요. 특히 60대 이상 노인층엔 더합니다.

-권영길 의원이 재선한 창원 성산구의 단일화(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 후보 간) 실패도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인데요?

▶당초 창원 성산과 의창구는 단일선거구 개념으로 기획됐는데, 양쪽 다 망해버렸지요. '집토끼'인 노동자 유권자와 통합진보당에 우호적인 중산층이 투표장 가기를 포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단일화 실패 원인은 무엇인가요?

▶통합진보당의 원칙을 무시한 공천입니다. 선출직인 현역 도의원의 공천은 우리당으로나 진보신당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노동현장에는 통합진보당을 지지하는 그룹과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세력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같은 노동자라고 해도 원칙 없는 단일화 요구에 반대하고 잘못 공천된 다른 정파의 후보에게 투표하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합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밥 먹여주는 진보'를 주창했는데?

▶우리의 과제는 노동자 10명 중 8~9명이 임금이 낮은 중소기업 노동자이거나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에 있어요. 이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진보나 보수, 복지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재벌개혁과 토건개혁을 이루지 않고 절대다수 노동자들의 복지는 불가능합니다. '밥 먹여주는 진보'는 이런 개혁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정치를 구현하자는 뜻입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현실적으로 지난한 과제이지 않습니까?

▶저는 산별노조 건설 이후 '사회연대전략'을 주창했습니다.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노·사·정이 함께 책임을 지고 기금을 출연해 비정규직과 임금이 낮은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자는 것입니다. 이는 산별노조 깃발 아래 대기업과 중소기업 조합원 간 동일직종의 임금을 맞추는 방안을 확대한 것입니다. 민노당 대표 시절에도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해 노사정 사회연대임금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더군요.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화하는 데 수백조 원이 듭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죠. 일자리를 많이 만든다고 다 좋은 게 아니라 주어진 일자리의 임금을 올려 질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합니다.

-1995년 민주노총일 창립되고 IMF를 지나면서 '문전투'가 '문타협'으로 변질됐다는 소리도 노동계 내부에 나돌았다지요?

▶노조를 건설할 당시 노동법 자체가 엉터리고 사용자와 정부는 그 엉터리법마저도 자기들 마음대로 해석하니 비타협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었어요. 교섭하면 10개를 얻지만 파업하면 8개밖에 못얻더라도 파업을 해야 한다는 게 저의 지론이었습니다. '파업이 노동자의 학교'라는 믿음에서였지요. 그런데 전국조직인 민주노총이 설립된 데다 IMF 이후 파업한다고 딱히 과실이 보장되지 않는 시대가 된 겁니다. 요즘 노동계 후배들에게 말합니다. 8개밖에 못 얻더라도 파업보다는 진지하게 교섭을 하라고 말입니다.

-진보정당이 지지세력을 확장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민주노동당이 10명의 의원을 보유한 시절(2002~2007년) 중소기업 노동자와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고 책임 있게 추진했어야 하는데 그걸 못했어요. 게다가 친북·종북·빨갱이란 딱지에 대해 국민에게 진지하게 해명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것도 큰 원인입니다. 이를 테면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진보당 후보를 향해 "3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국가를 방어할 해군기지 건설조차 반대하는 사람에게 국정을 맡길 수 있겠습니까?" 하고 외치면 진보당 후보의 표가 우수수 떨어지는 게 현실입니다. 북한의 인권, 권력세습, 한미FTA 등에 관한 입장도 국민들의 상식선에서 진지하게 고민해 정리해야 합니다.

   
-다음 총선에 재도전할 건가요?

▶창원에서 뼈를 묻기로 한 만큼 다른 곳에 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4년 후 정치지형과 당의 상황에 따라야 하겠지요. 정치가 노동자 복지에 매진하는 '2013년 체제'를 이끌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헌신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번 제가 득표한 46%가 대선 승리에 일부 기여했다고 위안받을 수 있겠지요.  편집부국장 pine@kookje.co.kr


▶1952년 경남 함안 출생 ▶1970년 진주고 졸업 ▶1975년 서울대 상대 졸업 ▶1980년 동양기계(현 S&T 중공업) 입사 ▶1988년 경남지역노동자협의회 의장 ▶1989년 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 공동의장 ▶1993년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사무총장 ▶1999년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 ▶2004년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위원장 ▶2005년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준비위원회 경남본부 공동대표 ▶2006년 민주노동당 대표 ▶2006년 5·31 지방선거 출마(경남도지사) ▶2012년 4·11 총선 출마(경남 창원 성산)▶현재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지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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