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A초등학교 급식소에서 조리원으로 일하고 있는 B(여·51) 씨에게 다음 달 1일 근로자의 날(노동절)은 그저 평일일 뿐이다. 학생들이 등교하기 때문에 쉰다는 생각이 터무니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휴일수당을 받지 못하는 건 불만이다.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근무하며 받는 91만3000원이라는 월급은 매달 변함이 없다. 그는 2007년 여름에 입었던 화상을 떠올리면 아직도 온몸이 떨린다. 설거지를 하던 중 온수가 나오는 수도꼭지가 터져 가슴과 어깨 부위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산재 처리를 못 받은 것은 물론, 입원도 못 하고 다음 날 출근했다. 5명이 일하는 급식소는 한 명이 빠지면 일이 안 돌아가기 때문이다.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조합 부산지부(학비노조)는 29일 "급식소 조리원과 교육복지사, 대체 교사직 등 부산지역 초·중·고 비정규직 근로자가 1만2000여 명에 달하는데, 대다수가 근로자의 날에 쉬지도 못 하면서 휴일수당도 못 받는 열악한 근로조건 속에서 고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비노조는 30일 오후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학교 비정규직 전 직종의 무기계약직 전환과 함께 단체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학비노조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와 부산시교육청은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를 고용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지침을 지난 1월 말 내려보냈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지난 12일 50여 개의 학교 비정규직 직종 중 13개만 전환하겠다며 수정된 공문을 다시 하달해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학비노조 윤미경 사무국장은 "2년 넘게 근무한 교육복지사가 67명이나 되는데도 교육청은 이들에 대한 무기계약 전환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하고 있다"며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고 고용을 안정시키겠다고 시교육청이 한 약속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비노조의 교섭 대상은 교육감이 확실한데도 시교육청은 정당한 이유 없이 우리를 노조로 인정하지 않은 채 근로자 권익 증진을 위한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열악한 근로조건은 초·중·고교 내 비정규직 근로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의 시간강사나 건설·서비스 부문 종사자 등 수십만 부산지역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저임금과 노동복지 소외지대에서 고초를 겪고 있다. 

민주노총 김광창 서비스연맹 조직부장은 "호텔 객실과 주방, 대형마트 등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조합원 900여 명 중 근로자의 날에 쉴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며 "비정규직도 엄연한 근로자인 만큼 정규직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