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갓길 피해자 노리고 접근해
- 또 다른 범죄 가능성 수사 확대
- 경찰, 현장 CCTV 8일만에 확인
- 초동수사마저 부실대응 비난

지난 1일 수원에서 발생한 20대 여자 토막 살인 사건은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계획적인 범죄로 드러났다. 경기지방경찰청은 그동안 중국인 오원춘(42) 씨의 진술을 토대로 오 씨가 집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중 지나가던 피해자와 몸이 부딪쳐 시비가 되자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손으로 입을 막고 피해자의 목을 감싸 납치했다고 범행동기를 발표했다.

그러나 경찰이 9일 범행 장소인 집 앞 전신주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오 씨가 밤에 귀가하던 피해자 앞에 갑자기 나타나 밀치면서 집으로 떼밀고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CCTV에는 오 씨의 범행장면이 13초간 촬영됐다. 신고 및 지령, 출동, 수색, 지휘보고 체제에서 허점을 보인 경찰이 사건 현장 주변의 CCTV도 8일 만에 확인하는 등 초동수사마저 외면해 총체적 부실이라는 지적이다.

경기경찰청은 "CCTV 확인결과 오 씨가 계획된 범행을 했고, 시신을 훼손한 점으로 미뤄 또 다른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인터폴에 국제공조수사 요청과 휴대전화 통화내역 조회 등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 당시 귀가 중이던 피해 여성은 오 씨가 집으로 끌고가자 기지를 발휘해 112센터에 비교적 상세하게 신고했으나 경찰의 안일한 대응으로 살해됐다. 사건 이후 경찰은 피해자의 신고전화가 짧고 구체적이지 않아 초기대응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피해자가 당일 밤 10시 50분 58초부터 7분 36초간 112 신고센터와 통화를 했고, 사건 장소도 '지동초등학교 지나서 못골 놀이터 전의 집에서 성폭행 당하고 있다'고 구체적으로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경찰은 피해자가 신고전화를 한 사실이 범인에게 들켜 폭행당하는 상황이 전화를 통해 전달되는데도 부부싸움으로 의심하는 등 안일하게 대응했다.

112센터의 지령을 받고 출동한 경찰도 신고내용대로 '못골 놀이터 전의 집'을 수색하지 않고, 인근 학교 운동장과 공터 등을 주로 뒤졌고 일부 경찰은 출동한 뒤에 잠을 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경찰이 총체적 부실대응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범인은 피해자를 2일 오전 5시쯤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했고, 다음날 오전 뒤늦게 경찰에 붙잡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