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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 '부산은 무엇을 기억하는가' 기획시리즈 결산좌담회가 지난 16일 오후 국제신문 편집국 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국제신문은 지난 1월 11일부터 매주 수요일 '부산은 무엇을 기억하는가' 기획시리즈를 10회에 걸쳐 연재했다. 잊혀져가는 기념물과 기억 자산을 재조명함으로써 정체성을 찾고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자는 취지였다. 이 시리즈를 공동 기획한 '대안사회를 위한 일상생활연구소'와 부산시, 부산시의회 관계자를 초청해 결산 좌담회를 마련했다.
◇박재환 부산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 부산 사람의 기억, 義·정체성 재조명…소책자·영상물으로 市 곳곳에 심어줘야
◇김희재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
- 부산시·교육청 차원, 시민·청소년 기억에 자긍심 일깨울 프로그램 운영해야
◇이동윤 시의회 행정문화위원장
- 직할시 승격 50주년, 시의적절한 기획…유엔기념공원서 평화콘서트도 방안
◇이병석 부산시 문화예술과장
- 부산 기념비·동상 등 496점 일제정비 계기, 다양한 스토리텔링 문화·예술로 승화를
▶일시 : 3월 16일 오후 5시
▶장소 : 국제신문 편집국 회의실
▶참석자(가나다순)
▷김희재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
▷이동윤 부산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위원장
▷이병석 부산시 문화예술과장
▷박재환 부산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대안사회를 위한 일상생활연구소장)
▶사회 : 정상도 국제신문 문화부장
-사회 = 부산은 무엇을 기억하는가는 결국 우리는 부산을 얼마나 사랑하는가로 이어지겠지요. 이번 시리즈의 성과와 의미를 평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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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석 부산시 문화예술과장 |
▶이병석 = 두 가지 측면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첫째, 부산시의 업무 담당과장으로서 시리즈 1회 때 다룬 중앙로변에 있는 '부산의 수호신' 송상현 정발 윤흥신 동상을 보고 부산시 전역에 설치된 기념비, 기념탑, 동상 같은 공공조형물 496점을 일제히 정비하는 계기가 됐다. 이들 공공조형물이 방치되거나 훼손되더라도 시청이나 구·군청에서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시청 홈페이지에 별도의 배너를 만들어 훼손될 경우 시민들이 스마트폰으로 찍어 보내주면 처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둘째, 부산국제영화제(BIFF) 때 부산을 찾는 외지인들 왜 영화제가 잘 되는지, 부산의 가볼 만한 명소, 부산 사람의 기질을 물어보는데 속 시원하게 답변하지 못했다. 이번 시리즈를 보면서 부경대 워커하우스(일명 돌집), 용두산공원 부적 형태의 화재예방비, 조방(조선방직주식회사)의 유래, 영국인 세관장 딸과 조선 청년 권순도의 러브스토리 등 부산에 관한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새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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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환 부산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
▶박재환 = 공동체마다 고유의 정체성을 지닌다. 부산 시민이 갖고 있는 특성에 관한 연구 작업이 더러 있었다. 일상생활연구소는 그동안 부산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부산인의 신 생활풍속' '부산의 산동네' 같은 책을 내며 나름대로 정리해 왔다. 이번에는 부산 사람이 가진 기억이라는 관점에서 조명해 보자는 데서 착안했다.
부산 사람 하면 흔히 개방성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부산 사람이 가진 실천적 성향에 주목해야 한다. 연제구 거제동 거제리시장 상인들(거상친목회)이 1985년 광복절에 세운 '군의소리(君義小利·본지 지난 1월 11일 자 7면 보도)' 비석이 있다. '군자는 의로움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는 논어 구절에서 따왔다. 부산 사람이 일상생활 속에서 생각하는 의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이동윤 = 박 교수님이 말씀하신 '군의소리'는 매우 중요하다. 부산의 실천성과 저항성의 바탕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개인과 사회 정체성의 핵심이 역사와 기억이다. 내년이면 부산직할시로 승격된지 50주년 되는 해다. 부산은 현재 침체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부산이 창조도시, 지속가능한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의 정체성을 찾아내는 작업이 필요한데 시의적절한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부산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기억의 시기적 연대를 개항 이후, 즉 근현대로 국한해서는 곤란하다. 부산의 정체성을 바다나 항만 쪽에서만 찾지 말자는 뜻이다. 바다 사람의 개방성도 있지만 경박함이나 부박함과 연결된다. 영화 '친구'로 대변되는 폭력이나 범죄의 이미지가 그렇다. 동래의 선비 정신도 꼭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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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재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 |
▶김희재 = 이번 시리즈에서 일상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국가나 지자체가 강제하는 기억의 현대적 의미를 찾으려고 했다. 오래된 역사 속 기억은 시민이나 학생 모두 식상하게 여기는 측면이 있어서다. 1945년 해방 당시 인구 28만 명의 조그마한 상업도시 부산은 350만 명의 도시로 급성장하며 숨가쁘게 달려왔다. 이 과정에서 부산의 기억은 방치되고 사라졌다. 이제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은 시민교육 차원에서 잊혀져가는 기억을 되살릴 때다.
-사회 = 우리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사라져가는 기념물과 기억 자산을 관리해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요.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이동윤 = 부산 정신은 송상현 동상에서 찾을 수 있다. 송상현 장군은 임진왜란 때 동래읍성 전투에서 '싸워 죽기는 쉬우나 길을 내주기는 어렵다(戰死易 假道難·전사이 가도난)'며 장렬히 전사한 부산의 수호신이자 저항 정신의 상징이다. 상당수 시민들은 독립운동가 백산 안희제 선생을 잘 모른다. 독립군 자금을 대줬다는 정도만 안다.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 최대 재벌에 가까운 사람이다. 자신의 재산을 다 팔고 식솔을 이끌고 만주로 가서 직접 독립운동을 한 만큼 재조명돼야 한다. 대종교를 믿었다는 이유로 평가절하 되어서는 안 된다.
▶박재환 = 부산시 공무원과 부산 시민의 기억 자산과 문화관광에 대한 인식이 소극적인 것 같다. 이수현 의인의 경우 오히려 일본 사람이 더 많이 챙긴다. 영락공원에 가면 일본 사람들이 이수현 묘소를 참배한다. 이제 지역사회에서 공동체 구성원의 문화적 정체성을 심어주는 작업을 해야 한다. 부산시에서 기억 자산을 복원해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부산의 기억 자산을 담은 팸플릿을 만들어 호텔에 배치하자. 5분짜리 홍보영화를 만들어 BIFF 참석자에게 보여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부산은 피란 시절 '굳세어라 금순아' '경상도 아가씨'를 비롯해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중심이자 한류의 원조다. 하지만 제대로 조명되지 못하고 있다. 잊혀져가는 부산의 대중문화 스타의 명단을 작성해 한류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김희재 = 서구 암남공원 순환로 뉴질랜드 한국전 참전기념비(거북바위)의 존재를 아는 부산 시민은 그리 많지 않다. 방치되다 시피하고 있다. 이번 시리즈를 부산의 기억 자산을 보전하는 터닝 포인트로 삼아야 한다. 일본은 관광지에서 스탬프를 찍어준다. 부산의 기억 자산이 있는 공간을 찾으면 스탬프 대신에 스마트폰으로 인증샷을 찍고 그 사진을 시청 홈페이지에 올리면 시상하는 제도를 만들자. 청소년과 관광객의 흥미를 유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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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윤 시의회 행정문화위원장 |
▶이동윤 = 독일 로렐라이 동상, 덴마크 인어 동상 , 벨기에 오줌싸개 동상은 막상 가보면 기대와 달리 볼품이 없어 세계 3대 '썰렁'한 동상으로 유명하다. 동상의 크기가 아니라 어떻게 스토리텔링하고 엮느냐는 콘텐츠의 중요함을 보여준다. 지금부터라도 지역별로 기억을 가진 어르신을 만나 구술을 채록하는 등 기억 자산을 DB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부산 남구는 세계 유일의 국제평화특구다. 지난해 임진각에서 평화 콘서트를 연 세계적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 같은 문화예술 인사를 초청해 유엔기념공원에서 공연을 열자. 명실상부한 평화의 성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병석 = 기억 자산은 도시 브랜드와 직결된다. 부산의 기억이나 정체성을 뮤지컬, 영화, 연극, 소설 같은 문화·예술로 승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야 시민들의 가슴 속에서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 나고 도시 브랜드도 올라간다. 이를테면 부산 사람의 생활상이나 부마항쟁 스토리를 갖고 '부산갈매기'라는 제목의 부산을 대표하는 뮤지컬을 만들 수 있다. 아울러 대중문화 스타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볼 생각이다.
-사회 = 올 들어 초·중·고교의 주 5일제가 전면 시행됐습니다. 토요일에 갈 곳이 마땅찮은 학생들을 위해 기억 자산과 청소년 교육을 연계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좋은 방안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박재환 = 부산은 해방과 6·25전쟁을 겪으면서 8도의 피란민들이 뒤섞인 한국의 '멜팅 포트(Melting Pot) 1호'다. 외지인을 가리지 않고 다 끌어안고 포용했다. 이 같은 관용의 정신을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교육할 필요가 있다.
▶김희재 = 토·일요일 부산시와 교육청에서 부산을 알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청소년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은 '지역바로알기' 수업을 받는데 '부산 알기 챌린지 프로그램'(가칭)을 만들어 부산의 기억이 담긴 장소를 발굴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단체를 시상·격려했으면 한다.
▶이병석 = 이번 시리즈를 참조해 부산시에서 운영하던 역사문화투어를 세분화하고 체계화하면 주 5일제 수업에 맞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적극 추진하겠다. 정리=오상준 기자 -끝-
국제신문·대안사회를 위한 일상생활연구소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