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멘티 학생은 마음의 상처
- 시교육청 사후관리도 부실
대학생 오모(23) 씨는 지난해 '방과후학교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는 봉사도 하고 스펙을 쌓는 데 도움이 되는 사회봉사시간 인증서와 활동비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점에 끌려 지원했다. 그러나 오 씨는 부산 금정구의 한 고교 1학년 3명과 멘토-멘티 관계를 맺고 공부를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멘토링에 깊은 회의를 가졌다.
멘티들이 공부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자 오 씨도 의욕이 감퇴돼 함께 과자를 먹으면서 잡담으로 시간을 때웠다. 한 달에 한 번씩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만 그럴 듯하게 만들면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을 만큼 관리가 허술했다. 오 씨는 "친구들 중 일부는 처음부터 한 달에 30만 원 받는 '알바'로 여기고 시작하거나 스펙쌓기용 인증서를 받기 위해 멘토링에 참여한다. 직접 해보니 무엇 때문에 멘토링 프로그램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저소득층·다문화·탈북자 가정의 초·중·고생 자녀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대화 상대가 되어주기 위해 부산시교육청과 기초지자체들이 지역 대학들과 연계해 시행 중인 '대학생 멘토링' 사업이 원래 취지를 벗어나 부실화하고 있는 현상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이 멘토 대학생들의 스펙쌓기나 용돈벌이로 전락해 멘티 아이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아 대책이 시급하다. 하지만 행정 당국은 관리는커녕 정확한 실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이 사회봉사시간 인증서나 학점(2점)을 받아 스펙을 쌓기 위한 도구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문제점이다.
봉사보다는 한 달에 20만~30만 원씩 지급되는 활동비를 목적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 반대로 아이들을 더 힘들게 한다는 점이다.
최근 멘토링 프로그램의 마지막 만남을 위해 수영구의 한 지역아동센터를 찾은 대학생 박모(22) 씨는 멘티 김모(16) 양으로부터 "우리 전화번호 다 지우세요. 이제 올 일 없잖아요"라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박 씨는 지난해 9월부터 저소득층을 위한 공부방에서 김 양과 멘토-멘티 관계를 맺고 4개월 간 공부를 가르쳤다. 김 양이 박 씨에게 이 같은 말을 한 것은 이전에도 프로그램이 끝나면서 멘토들과의 연락도 대부분 끊어졌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의 '시간 때우기식' 멘토링으로 인해 아이들이 매번 다른 멘토들과 관계를 맺었다 끊기를 반복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것이다.
부산대의 대학생 멘토링 프로그램 담당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모니터링을 대폭 강화하고,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부산시교육청과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