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일상생활硏, 재조명나서
부산지역 기억의 자산이 파괴되고 있다. 부산이 그동안 앞만 보고 숨가쁘게 달려왔기 때문이다.
부산은 항구도시인 데다 해방으로 인한 귀환동포와 6·25전쟁으로 생긴 피란민의 대규모 유입이 있었고, 산업화·민주화를 거치면서 다양한 역사적 기억들이 빚어졌다. 이제서야 그때 그 시절의 기억의 흔적들을 더듬어 보지만 급격한 도시팽창으로 상당수가 사라지거나 방치되고 있다. 부산이 과거를 기억하지 않고 현재만 좇는다면 역사가 없는 삭막한 도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거를 성찰해야 미래로 나아가는 방향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역사학자의 지적이다.
부산에는 사라진 기억 자산이 적지 않다. 부산세관청사(1910~1979년), 부산 최초의 근대식 창고인 남선창고(1900~2009년), 서민의 문화 쉼터 역할을 했던 삼일극장(1944~2007년)과 삼성극장(1959~2011년)이 철거됐다. 10일 서면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정문 왼편에 위치한 6·25전쟁 참전 스웨덴 기념비 역시 관리 소홀로 취객과 노숙자들이 더럽히는 장소로 변해버렸다. 부산지역 기억자산 관리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부산대 김희재(사회학) 교수는 "역사적 기억은 기념물을 통해 되살아나고 재구성되기 때문에 기념물이 훼손되면 기억은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역사적 기념물은 부산의 발자취를 알 수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부산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공간자산이자 기억자산이라는 뜻이다.
부산시 김형균 창조도시본부장은 "기억 자산은 문화관광자원뿐 아니라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도시재생의 밑거름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제신문과 대안사회를 위한 일상생활연구소(소장 박재환 부산대 명예교수)는 잊혀져 가는 부산의 기념물을 재조명해 부산의 기억과 정체성을 되짚어보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해 매주 한 차례 연재한다.
박 교수는 "기억을 더듬어 보면 부산은 해양도시가 지니는 일반적 개방성을 넘어 6·25전쟁 때 전국의 피란민을 먹여 살린 흔적이 더해져 '찐득한 개방성'이라는 부산의 정체성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부산은 위기에 몰린 대한민국을 기사회생할 수 있도록 용틀임할 곳"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