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부산 사상구 괘법동 부산~김해경전철 사상역 인근 상가가 썰렁한 모습이다. 이 일대는 식당과 술집, 노래방 등이 혼재해 상권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 임대료·권리금만 크게 올라 영세상인 설자리 되레 줄어
- 식당가 형성 안돼 이용 불편, 업종 다양화 등 변화 모색을

부산~김해 경전철이 오는 16일 개통 2개월째를 맞는다. 광역교통망 가동을 환영하던 서부산권과 김해 주민들은 그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사상역 일대 상인들은 가라앉은 분위기에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경전철을 이용해 사상역을 찾은 주민들이 부산지역 백화점 등지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김해시는 빨대 효과가 현실로 나타났다며 상권 지키기에 나섰다.

■경전철 개통 특수 체감 못해

	부산~김해경전철이 경남 김해시청역 앞으로 지나고 있다. 국제신문 DB

12일 오후 부산~김해 경전철 사상역 일대. 25년간 사상역 인근에서 돼지갈비 식당을 운영해온 정영순(여·62) 씨는 "단골손님이 있어 근근이 버티고 있다"며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경전철 특수를 바랄 수 없다"고 말했다. 인근 다른 식당들 역시 경전철 특수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은 중소 상인들이 몰려있는 르네시떼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이곳 '막스마라' 매장 주인은 "경전철 도입 이후 한 달 동안은 고객이 20% 정도 늘었지만 지금은 쇼핑을 하려는 사람들이 오히려 두 달 전보다 줄었다"며 "경전철 개통 후 한 달 동안은 손님들이 호기심에 몰려왔지만 경기가 워낙 안 좋다 보니 현재는 특수가 사라지고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음식업중앙회부산지회 김동렬 교육과장은 "사상역 인근 대부분의 개인 음식점들의 경우 경전철 효과가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경전철 유동인구까지 예상보다 적어 상권 활성화에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지난달 27일 부산김해경전철시민대책위가 집계한 경전철의 하루 평균 실제 수요는 3만500명으로 한국교통연구원 예측 수치인 29만2017명과 현격한 차이가 있다.

■대기업계 체인점 일색으로 변모

하지만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의 경우엔 사정이 좀 다르다. 애플 아울렛 인근의 투썸플레이스 커피숍 권민철(28) 매니저는 "경전철이 개통되고 애플 매장이 다시 문을 연 이후 고객이 많이 유입되고 있다"며 "그 전과 비교해 주말의 경우 30~40%가량 매출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최근 사상역 일대는 대기업계 프랜차이즈·직영업체들의 선호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다. 보배부동산 강동원 소장은 "이러한 변화가 전반적인 권리금과 임대료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최근 1년 사이 사상지역엔 커피전문점이 5개나 들어섰다. 강 소장은 "지금도 사상역 상권에 들어오려는 대기업 직영·프랜차이즈 대기자들이 많다"며 "입주 공간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기존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으로 밀어붙이는 탓에 임대료 등 시세가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영세 상인들이나 개인 창업자들이다. 갈수록 사상역 상권에서 그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 상인은 "벌써 이 지역엔 두 달 새 권리금과 임대료가 20%가량 상승했다"며 "이러한 변화는 상권 자체에도 도움이 별로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먹거리, 쇼핑거리, 볼거리 문화가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기업형 직영 프랜차이즈 일색에 결국 도시의 가치만 오르고 손님은 떨어지는 거품 도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식당 부족 … 상권 변화 필요

사상역 일대 상인들은 차별화를 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애플 아울렛 인근에서 숙녀복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차모(48) 씨는 "애플 매장의 쇼핑 유동인구가 일반 상권으로 유입되지 못하고 있다"며 "쇼핑몰 수요를 쇼핑몰 밖 외부 상권으로 꾀기 위해서는 상권의 다양한 업종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상역 자체의 음식점 상권이 작아 쇼핑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 이 일대 식당들 대부분이 유흥주점들과 뒤섞여 있어 '먹자골목'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애플 아울렛 관계자는 "몇몇 고객 분들이 이 일대에서 식사할 곳을 물어보는 일이 종종 있지만, 이렇다할 식당을 설명하기가 애매할 때가 많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런 가운데 부산지역 백화점에는 김해지역 쇼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롯데백화점 부산 4개점이 고객관리프로그램(CRM)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김해 경전철 개통 이후 지난달 말까지 부산지역 롯데백화점을 찾은 김해지역 고객은 2만9000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늘었다. 특히 부산 중심가와 비교적 거리가 먼 김해시 칠산서부동(봉황역 인근) 주민이 16% 늘었고, 동상동(박물관역~수로왕릉역 인근) 주민은 13%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만성적인 체증에 시달리던 부산~김해 교통이 경전철 개통과 함께 40분대로 단축되면서 주민들의 이동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르네시떼 관계자는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의 경우 백화점과 식당가가 인접해 상권이 유기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며 "사상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상인들의 변화와 함께 상권의 체계적인 육성을 위한 행정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