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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부산 갈맷길 2.0 <6> 제주올레 축제를 가다

찾아온 이와 맞이한 이 모두 함께 즐긴 '길 위의 축제'

  • 박창희 기자 chpark@kookje.co.kr
  •  |   입력 : 2011-11-14 20:14:57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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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월드 트레일 컨퍼런스에 참가한 세계 각국의 트레일 관계자들이 지난 8일 제주올레 7-1코스를 걷고 있다. 맨 왼쪽이 전 세계 배낭여행자의 아버지라 불리는 토니 휠러 씨이다.
- 하루 한코스씩 4일간 걷기, 국내외 참가자 1만여명 달해
- 코스 곳곳에 문화공연 배치…주변 마을들 제주 별미 난전, 저녁에는 야시장·달빛파티
- 참가자 70% 타지 관광객, 공연·난전 등 주민참여 활발

■걷기 고수들 제주 집결

지난 주 제주도에는 국내외 '걷기 고수'들이 대거 모였다. '2011 월드 트레일 컨퍼런스' 및 제2회 제주올레 축제 참가자들이었다. 잘 걷고 많이 쓰기로 소문난 신정일(57) (사)우리땅걷기 대표, 국제 구호활동가인 한비야(53) 씨가 나타났고, 전 세계 배낭여행자의 아버지로 통하는 토니 휠러(Tony Wheeler·65) 씨가 올레길을 걸었다.

국내외 트레일 관계자 100여 명도 자리를 같이 했다. 국내에서는 제주올레, 부산 갈맷길, 강릉 바우길, 지리산 둘레길, 남해 바래길, 군산 구불길, 외씨버선길, 여강길 등 한국길모임 소속 12개 단체가 왔고, 외국에선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 뉴질랜드 밀포드 트랙, 미국 애팔레치안 트레일, 독일의 로맨틱가도, 일본의 시코쿠 오헨로 길 등 12개 기관 및 단체가 참가했다. 그야말로 전 세계 트레일들이 한자리에 모인 셈이다.

월드 트레일 컨퍼런스는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사)제주올레와 제주관광공사가 주관하는 행사로, 올해는 트레일의 유지·보수·관리 및 운영 시스템을 주제로 사례 발표와 토론을 벌였다. 각 나라마다 트레일의 역사와 경험이 달랐지만, 걷기를 통한 건강 증진, 자연보호라는 목적은 똑같았다. 역사가 기껏 2~5년에 불과한 한국의 트레일들이 수십년~수백년 역사의 세계적 트레일을 불러 모아 네트워크의 장을 마련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길과 축제의 행복한 조우

지난 9일 제주올레 축제가 열린 6코스에서 열리고 있는 길거리 공연. 오른쪽이 (사)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이다.박창희 기자
지난 9일 오전 9시30분 서귀포시 하효동 쇠소깍 제주올레 6코스 시작점. 초등학교 관악단의 우렁찬 연주 소리를 밟고 형형색색 등산복 차림의 올레꾼들이 모여들었다. 감귤을 따는 일꾼 복장을 한 자원봉사자들이 올레 체조를 진행했다. 길 안내 리본을 푸는 행사(테이프커팅)가 끝나자, 올레꾼들은 다 함께 "사랑하라, 이 길에서"(축제 슬로건) 하고 외친 뒤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2011 제주올레 걷기축제'가 개막된 것이다.

올해 축제는 (재)한국방문의 해 위원회와 제주도가 주최한 한국방문의 해 기념 4대 특별 이벤트의 하나로 개최돼 내용이 한결 풍성했다. 행사는 9~12일 나흘동안 제주올레 6~9코스를 매일 한 코스씩 함께 걸으며 자연과 문화·음식·사람을 만나는 형태로 진행됐다. 올레길 중간 중간에 문화공연이 배치됐고, 공연자, 올레꾼, 주민들이 자연스레 어울리게 했다. 준비된 공연이 40여 개였다. 7코스의 호근마을에서는 80세 이상 노인 14명이 '어르신 풍물단'을 꾸렸고, 8코스 종점인 대평 포구에서는 해녀들의 물질 시연과 해녀노래를 선보여 박수를 받았다.

올레길 주변 마을에선 제주 음식들을 내놓았다. 하효동에선 감귤상외떡과 감귤 쉰다리를, 보목리에선 주먹밥 숯불구이와 방어 회덮밥을, 예래동 생활개선회는 감귤소스로 맛을 낸 기름떡을 각각 선보였다. 올레꾼들에게 별미를 선사하면서 주민들은 경제적 실익을 챙긴 일석이조의 음식 난전이었다.

저녁에는 서귀포 시내에 야시장이 열렸고, 정방폭포 산책로 야외무대에선 '달빛 파티'가 펼쳐졌다. 지난 7일 첫째날엔 세찬 비가 뿌렸지만 올레꾼들은 개의치 않고 파티를 즐겼다.

행사를 주관한 (사)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은 "올레길을 열 때부터 자연과 문화, 사람이 어우러지는 축제를 생각했다"면서 "새로운 걷기 문화를 만드는 축제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치밀한 기획과 준비

토니 휠러 씨.
올해 제주올레 축제는 작년에 비해 형식·내용·운영 면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이었다. 한국길모임 전문가들은 민(주민, 시민단체, 관광객)·관(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산(지역기업)·학(기관 및 전문가)이 절묘하게 결합돼 지방축제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작년에는 5개 코스를 동시다발로 걷게 해 집중도가 떨어졌으나, 올해는 4개 코스를 하루씩 함께 걷게 해 천천히 걷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

(사)제주올레 측은 축제 첫날(개막식)에 약 3000명이 참여한 것을 비롯, 나흘간 참가한 연인원이 1만여 명에 이른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외국인이 약 2000명, 국내 참가자 중 1만 원을 낸 유료 참가자가 1500여 명에 달했다. 전체 참가자 중 약 70%는 타지 관광객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축제의 예산은 약 6억 원. 이 속에는 제주관광공사의 해외홍보마케팅 비용 3억원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지식경제부가 지원하는 월드 트레일 컨퍼런스 비용(1억8000만원)은 별도로 집행됐다. 1억 여원으로 갈맷길 축제를 치르는 부산과 여러모로 비교된다.

(사)제주올레 안은주 사무국장은 "길 거리 공연 프로그램이 좋았다는 평이 많았고, 점심거리로 준비한 음식이 연일 동나는 등 주민 참여의 효과도 컸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가 지난 12일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되면서 제주올레는 또 한번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제주올레는 2007년 9월 첫 코스가 열려 현재 총 24개 코스(비정규 코스 5개 포함) 395㎞가 됐고, 내년 하반기엔 제주도 일주가 가능해진다. 올들어 지금까지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은 총 758만5600명. 올레꾼들도 해마다 급증해 2007년 3000명이던 것이 2008년 3만 명, 2009년 25만 명, 2010년 77만 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150만 명이 넘을 전망이다.

(사)제주올레도 위상이 높아졌다. (사)제주올레는 올레길 개척과 유지·보수, 국제 컨퍼런스 및 축제 개최, 클린 올레 캠페인 전개, 휠체어 코스 개발, 올레 아카데미 운영, 마을기업 지원, 해외 우정의 길 협약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으며, 사무국의 전임자는 현재 11명이다.


# 토니 휠러와 한비야…걷기 고수들의 제주올레 예찬

- '론리 플래닛' 창업자 휠러, "한국편에 실리도록 노력"
- 서명숙 이사장 절친 한비야, "올레가 우리 삶 바꿔놓아"

한비야 씨.
'2011 월드 트레일 컨퍼런스' 행사의 하나로 마련된 대중 강연은 일찌감치 자리 예약이 마감됐을 정도로 인기였다.

지난 7일 오후 4시30분 제주국제컨벤션센터 한라홀에 걷기여행의 지존이라 불리는 토니 휠러(65) 씨가 나타났다. 토니 훨러 씨는 세계 최대의 여행 전문 출판사 '론리 플래닛'의 창업자. '론리 플래닛' 시리즈는 전 세계 도보여행의 바이블로 통하는 가이드북이다.

스크린에 네팔의 어느 웅장한 계곡길을 비춘 그가 말문을 열었다.

"지난달 네팔에서 2주 동안 걸으며 영적인 감동을 받았다. 어제는 아내와 함께 제주올레 8코스를 걸었다. 난 20년 전부터 1주일에 한 번씩 트레일을 걷는다. 속도를 늦추어 걷다보면 사물의 아름다움이 보다 생생하게 다가온다."

토니 휠러 씨는 이날 '지구를 걷다(Walking this planet)'라는 주제로 전 세계 구석구석을 발로 누빈 경험을 생생하게 털어놨다. 그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3번째. 제주올레길을 걸은 소감을 묻자 그는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는 줄 몰랐다. 해안길이 특히 좋았다. 허름한 국수집에서 먹은 식사가 인상에 남는다. '론리 플래닛 한국편'에 제주올레가 꼭 실리도록 힘 쓰겠다"고 말했다. 강연 말미에 의미심장한 말을 곁들였다.

"세상을 아름답고 위대하게 보려면 걸어야 한다. 걷기가 당신을 행복하게 할 것이다. 여러분도 걸어라!"

다음날 같은 장소에서 한비야(53) 씨의 강연이 이어졌다. 그는 '무엇이 당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가'라는 주제로 온몸으로 체득한 여행의 비밀을 특유의 빠른 언변으로 풀어갔다.

"전 세계 103개국을 가 봤고 다닐 만큼 다녔지만 제주올레처럼 좋은 길은 없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짧은 시간에 올레가 많은 것을 바꾸었다. 올레가 생기기 전과 후의 우리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의 '절친' 답게 그는 올레 예찬론자였다.

한 씨는 "여행 중 가장 화려한 여행은 돈과 명예 그 어떤 것과도 관계없이 오감을 사용해 한발 한발 자기 발로 걷는 여행"이라며 "나 역시 걷기 여행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걸어갈 것"이라고 했다. "지금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젊은이들을 향해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99도가 아닌 100도로 끓는 삶, 진짜 가슴이 뛰는 일을 하라"고 당부했다.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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