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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인 유학생 우에하라 요우헤이 씨가 은어와 사투리 등이 적힌 '한글 수첩'을 들어 보이고 있다. |
부산대 약대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일본인 유학생 우에하라 요우헤이(27) 씨는 사투리, 축약어, 은어 같은 구어체 표현을 기록하기 위한 '한글 수첩'을 늘 들고 다닌다. 그의 수첩에는 한국어 교재에 없어 이해하기 어려운 한글 '파괴 현상'이 상당 부분 적혀 있다. 그는 일본 후쿠오카대학 약대를 졸업하고 2008년 대한민국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원광대에서 1년간 한국어 연수를 마치고 '한국어능력시험(TOPIK)' 최고 등급인 6급까지 땄다. 그는 "의사소통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한글 파괴 현상을 몰라 난감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17일 부산대 앞 찻집에서 만난 우에하라 씨의 한글 수첩 세 권에는 '종결자' '듣보잡' '금사빠' 등이 기록돼 있었다. '종결자= 끝판 대장' 옆에는 하의실종 종결자, 노래 종결자, 댄스 종결자, 몸매 종결자 같은 용례도 함께 적혀 있었다. 종결자란 절대적인 우위를 점할 만큼 월등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듣보잡'과 '금사빠'는 무슨 뜻일까. 그는 한글 수첩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듣보잡은 '듣도 보지 못한 잡다한'이라는 뜻의 줄임말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를 말할 때 흔히 쓰는 표현입니다. 금사빠는 '금방 사랑에 빠지는'이라는 뜻의 줄임말이에요." 그는 "줄이는 것도 좋지만 지나치게 줄이면 이해하기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의 한글 수첩에는 또 '천지삐까리'(아주 많음), '짜다리'(별로, 딱히), '꼴짭하다'(째째하다) 같은 경상도 사투리도 꼼꼼하게 적혀 있었다. 그는 "간판을 보면 영어 알파벳을 그대로 사용한 가게가 많아 부산대 앞인지 뉴욕에 왔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며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한국어를 몰라도 이해하기 쉽지만 닭을 'DAK'로 표기하는 등 한국어가 파괴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부산대 학보사 '부대신문'이 최근 부산대 앞 간판 2113개를 조사한 결과, 외국어로 표기한 간판이 49.8%(1051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