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용 품목 안전성 등 이미 검증
- 약사법 개정안 조속 처리 요구
- 약사회, 오남용 등 부작용 제기
감기약과 해열제 소화제 등 가정상비약의 슈퍼 판매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27일 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나 국회에서는 여야 모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입법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시민단체는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8일 성명을 통해 "안전성이 검증된 가정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해 달라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음에도 국회는 국민의 건강권과 소비자의 선택권을 외면하고 있다"면서 "국회는 안전성과 편의성을 모두 고려한 입법 논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산경실련 차진구 사무처장은 "최근 실태조사를 위해 부산지역 약국에서 타이레놀을 구입했는데 약사가 주의사항을 설명한 곳은 없었다. 그렇다면 약국에서 구입하는 것이나 슈퍼에서 약을 사는 것에 어떤 차이가 있느냐"면서 "국회가 약사들의 권익 보호기관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병수(46·부산 남구 용호동) 씨는 "요즘 같은 환절기, 약국이 문을 닫는 주말에 몸살이 나는 경우 슈퍼에서 약을 살 수 있으면 좋은 것 아니냐"면서 "국민들의 의식이 성숙해졌는데 오남용 우려를 부풀려서는 안 된다. 감기약을 슈퍼에서 살 수 있도록 법이 빨리 시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약을 편하게 구입하게 해 달라는 것은 국민 대부분의 오랜 요구"라면서 "약국 밖에서 팔게 할 품목의 약은 안전성이 오랜 기간 입증된 약 위주로 선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및 10개 회원단체가 2009년 5월부터 7개월간 20대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67%가 일반의약품의 판매 확대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의 55.6%가 '일반의약품 구매 시 가장 큰 불만사항'으로 '야간이나 공휴일에 구입이 곤란한 점'을 들었다.
하지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부산지역 한 종합병원 전문의는 "의료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감기 환자들은 치료에 가장 중요한 면역력 회복에 기본조건인 안정과 휴식, 충분한 영양 섭취 대신 약에 의존하는 후진적인 치료를 하는 것을 보게 된다"면서 "편의성이 강조된 약을 슈퍼에서 손쉽게 사다가 복용한 아이들이 과연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밝혔다.
유영진 부산약사회장은 "정부가 일반의약품을 슈퍼에서 팔도록 허용하려는 것은 의약품 광고로 조중동 종편 방송의 살길을 열어주려는 데 목적이 있다"면서 "보건복지부가 안전성 문제로 일반의약품 슈퍼 판매를 반대하다 하루아침에 찬성으로 돌아선 것이 이를 잘 대변한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미국에서는 감기약을 슈퍼에서 살 수 있지만 미국 슈퍼에는 약사가 상주한다. 우리도 그렇게 하려면 편의점, 슈퍼마다 약사를 고용해야 한다"며 "국회가 무엇보다 국민들의 건강권을 우선으로 두고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