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화 사흘째인 19일 부산김해경전철 사상역에서 노인들이 복지교통카드로 도시철도와 경전철 간 무료 환승이 안 되자 역무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최소운영수입보장액도 벅차…양 지자체 "지원할 예산없다"
- 정치권 · 정부가 직접 나서 국비지원 등 특단 대책 필요

부산시와 김해시 모두 부산김해경전철 노인요금 무료화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자사업(BTO) 특성상 노인(65세 이상) 무료화 의무가 적용되지 않고, 시가 무임승차 손실분을 보전할 예산도 없다는 논리다.

특히 경전철 이용 승객이 최소운영수입보장(MRG) 기준 예상치를 훨씬 밑돌아 노인요금 무료 전환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부산시와 김해시는 실시협약에서 각 시에 위치한 역사마다 개별적으로 MRG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역별 하루 예상 승객은 2만9000명이며, 역마다 MRG에 미달하는 적자분을 해당 역을 배정받은 시가 보전하는 방식이다. 김해에는 11개, 부산에는 7개 역사가 있어 김해시의 부담이 더 크다.

문제는 경전철 실제 승객이 예상치(하루 17만6000여 명)의 5분의 1 수준인 3만5000여 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는 노인승객까지 포함된 수치로, 노인요금을 무료로 하면 전체 승객은 훨씬 줄어든다. 지난해 부산도시철도를 무료로 이용한 노인은 23.9%로, 부산김해경전철은 올해 25%가량이 노인승객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벌써 MRG 탓에 "경전철이 '재앙철'이 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어서, 시로서는 노인요금 무료화를 생각할 여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김해시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노인요금을 유료화하기로 했다가 지난 5월 국가유공자나 장애인과의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해 개통 후 무료화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지금은 MRG 부담 때문에 당분간 유료화를 유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김해시 관계자는 "노인요금을 무료화 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지만, 시행 시점을 예측할 수는 없다"며 "무료화를 한다 해도 승객이 적은 낮 시간으로 하고 승객이 많은 오전 7∼9시, 오후 6∼8시는 유료화하는 '선택적 유료화'가 유력하며 부산시와 협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경전철을 개통한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아 운행 시스템 안정화가 우선인 상황에서 노인요금을 무료화하기 위해 시스템을 다시 조정하기도 어렵다"고 해명했다.

부산시도 비슷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시의 재정사업이 아니라 민자사업이어서 한계가 있다. 시행사가 스스로 손해를 떠안을 리도 없고, 그렇다고 지자체가 보전해 주면 시민 부담만 늘어난다. 요금도 더 올릴 수밖에 없다"며 "현재로선 무료화만이 대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업시행사인 부산김해경전철운영(주)은 노인요금 유·무료는 지자체가 결정할 일이고, 손실분을 부산시와 김해시로부터 보전받는 조건으로 지자체 결정에 따르겠다는 의견을 냈다.

부산김해경전철운영 관계자는 "노인요금 유·무료화보다 운영 부분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며 "노인요금을 무료로 하면 전체 승객이 늘어나 운행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고 다른 승객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부산김해경전철은 민자사업으로 건설돼 개통한 첫 사례다. 그래서 서울이나 부산 등의 도시철도는 무료인데 왜 경전철은 유료냐는 노인들의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면서 "정치권과 정부가 나서 노인 무임 승차에 따른 손실분을 일정 부분 국비에서 보전하게 되면 경전철에 대해서도 경로 할인제 도입 또는 무료화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