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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기초 과학 무장, 첨단기술 개발 일등공신

부산을 핵과학 도시로- 프랑스서 배운다

  •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
  •  |   입력 : 2011-08-31 19:03:18
  •  |   본지 4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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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도심에서 40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에콜 폴리테크닉. 프랑스 과학기술의 요람으로 불리고 있다. 파리=이병욱 기자
- 세계 10대 공과대 에콜 폴리테크닉, 이공계 학·석·박사 10개과 운영
- 22개 연구소 소속 2000여 명, 대기업과 컨소시엄 꾸려 연구 수행
- TGV, 에어버스, 우주로켓 등 기초과학 응용해 기술 개발 일조

프랑스는 세계적인 핵과학 강국으로 꼽힌다. 프랑스는 현재 900㎿, 1300㎿, 1500㎿ 급을 포함해 총 58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또 방사광가속기 2기와 중이온가속기 1기 등 기초과학 및 산업적 목적의 대형가속기를 3기 보유하고 있고, 대학 또는 연구소가 연구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소형 전자, 양성자, 이온가속기 시설은 30기 이상이나 된다. 이 같은 '하드웨어'도 중요했지만 정작 프랑스가 핵과학 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로 핵과학의 근간이 되는 기초과학을 꾸준히 발전시키고, 과학에다 문화를 접목한 것을 꼽을 수 있다.

파리 도심에서 40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에콜 폴리테크닉(Ecole Polytechnique)'을 방문하면 프랑스가 왜 세계적인 과학기술 강국인지를 알 수 있다. 에콜 폴리테크닉은 프랑스 이공계 대학 순위 1위이자 세계 10대 공과대학으로 평가받고 있는 곳이다.

연구중심 대학인 이곳은 프랑스 과학기술의 요람 같은 곳이다. 이 대학 출신들은 프랑스가 자랑하는 원자력, 고속철도(TGV), 에어버스(항공기), 우주로켓(아리안) 개발 등에 큰 역할을 했다. 부산 기장군이 추진하고 있는 방사선·의과학 기술원의 역할 모델이 바로 이곳이다.

정문에서 버스로 10분 정도 달려 LLR(Laboratoire Leprince-Ringuet·앞의 Laboratoire는 연구소라는 뜻의 Laboratory의 불어식 표현이며 뒤쪽은 설립자 이름) 연구소 건물에 들어서자 각종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연구원들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을 통해 '과학기술이 곧 국력'이라는 이 학교의 건학이념을 금세 알 수 있었다.

1794년 나폴레옹의 명으로 설립된 에콜 폴리테크닉은 현재 이공계 학·석·박사 과정 10개 학과를 운영 중이다. 이곳은 대학으로서는 특이하게 프랑스 국방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고, 연구는 프랑스 국립과학센터(CNRS)와 협력하는 이원적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의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8개월간 군사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학비는 면제되며 외부의 도움없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월급도 지급된다.

이 때문에 매년 100 대 1이 넘는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만 입학할 수 있다. 이 대학 졸업생들은 프랑스의 정치, 경제, 행정 등 각계에 진출해 리더로 활약하거나 대학 연구소에서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을 연구하면서 프랑스 과학기술을 이끌고 있다. 제2회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베크렐, 프랑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 중 한 명으로 추앙받는 푸앵카레, 제1차 세계대전의 영웅 모누리, 전 프랑스 대통령 데스텡 등 이곳 출신들의 면면만 살펴봐도 그 역사와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이 대학에는 천문학과 입자물리를 연구하는 LLR을 비롯해 22개의 연구소에서 모두 2000여 명이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꾸려 첨단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LLR연구소에서는 미항공우주국(NASA), 일본 연구소 등과 공동으로 우주방사선을 측정하는 검출기를 개발해 실험하고 있으며, 양성자와 중성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해 우주의 탄생 비밀을 밝히는 가속기 연구도 한창이다. 최근에는 이탈리아와 공동으로 기초과학을 응용해 암을 진단하고 치료는 중입자가속기 등을 이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장 끌로드 브랑트 LLR연구소장은 "기초과학을 기반으로 의학 등 다른 응용분야와 협력을 통해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바로 프랑스의 강점"이라며 "각종 실험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이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컴퓨터 시스템을 개발해 여러 나라와 공동실험을 하는 등 전 세계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손동운 부산과학기술협의회 소장은 "프랑스는 연구중심 대학과 기초과학을 중심으로 한 풍부한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기장군에서 유치하려는 방사선 연구중심대학과 방사선 의·과학기술원의 필요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프랑스이며, 그중에서도 에콜 폴리테크닉이 탁월하다"라고 말했다.


# 파리 데코베르트 과학관

- 과학자들과의 생생한 과학 체험
- 기초 학문부터 응용 과학까지 대학원생 돌아가며 실험·이론 수업

데코베르트 과학관에서 방문객들이 실험에 참가하고 있다. 파리=이병욱 기자
미국과 유럽, 일본 등 과학강국에는 과학기술의 원리와 진보과정을 소개하고 관련 산업의 변화를 전달하는 과학박물관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프랑스에도 유럽의 대표적인 과학관으로 꼽히는 '데코베르트 과학관(Palais de la decouverte)'이 있다.

파리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데코베르트는 1937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장 페렝이 세웠다. 데코베르트 입구에 들어서자 평일임에도 입장표를 구하려는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넘쳐났다.

데코베르트의 가장 큰 특징은 과학자와 함께 하는 체험학습이다. 이곳에서는 과학 전공 대학원생들이 가족 단위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실험과 이론 교육을 펼치고 관람객들은 직접 실험에 참여한다.

이곳에는 물리 화학 지구과학 우주과학 수학 기계공학 생물학 광학 전기전자공학 인체공학 등 다양한 학문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고, 석·박사 학위를 가진 전공학생 30~100명이 1시간 단위로 수업을 쉽고 재미있게 진행하고 있다.

까린느 바르고아 데코베르트 홍보담당은 "매일 다른 학습 프로그램이 마련되는데 방문객들은 이를 선택해 체험할 수 있고,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며 "주말에는 하루 평균 3000명이 이용하는데 루브르박물관만큼이나 프랑스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과학기술협의회 권수진 연구위원은 "선진국의 과학관은 체험과 놀이중심으로 과학을 즐기면서 공부할 수 있어 이공계 인력을 육성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어린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과학과 친해질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고, 이를 과학발전에 접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원자력의학원 김근범 박사

- "방사선 중심대학, 지역과 상생해야"
- 프랑스 에콜 폴리테크닉 출신

국내에서 몇 안 되는 '프랑스통'인 한국원자력의학원 의료용중입자가속기사업단 김근범(사진) 박사는 "기초과학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 국가적 지원, 엘리트 중심의 과학교육이 프랑스를 과학강국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프랑스 최고의 인재가 모여 있는 에콜 폴리테크닉 출신으로 현재 기장에 들어설 중입자가속기의 개발부장을 맡아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런 그이기에 프랑스는 한국이 핵과학 강국으로 발전하기 위해 닮아야 할, 나아가 넘어서야 할 나라로 각인돼 있다.

김 박사는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구성원 간에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난관을 해결하는 프랑스식 연구문화를 한국에서 참고해야 한다"면서 "기장군에 들어설 방사선 의·과학기술원 등은 기존의 '한국식 교육'을 탈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또 대학 자체가 하나의 도시를 이루며 연구원들의 숙소나 편의시설을 건립해 농촌지역에 새로운 마을이나 상권이 형성돼 지역경제가 동반성장한 '파리-서드 11대학'도 기장에 들어설 방사선 연구중심대학의 훌륭한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그는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의 과학강국들이 대학이나 연구소만으로 오늘날 지금의 위치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면서 "대학이나 연구소가 지역과 유기적으로 연계되면서 상호 협력하는 형태의 시스템이 구축되어야만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기장군은 이미 동남권원자력의학원과 중입자가속기, 수출용 연구 원자로 등 '3대 시설'을 유치했고 대학과 기술원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며 "이들 시설이 지역과 동반성장한다면 파리 못지않은 핵의학·과학도시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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