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약사·도매상, 약국 눈치 보며 유통업체에 물량공급 미적거려
- 일선점포 야간 수요 크게 늘어
- 일부 진열 않고 창고서 꺼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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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롯데마트 부산 동래점 의약외품 코너에서 한 시민이 물품을 고르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18일 오후 2시께 부산 연제구 연산동의 F 편의점. 이모(62·부산진구 양정동) 씨는 10병이 든 박카스D 한 박스를 구입했다. 인근 병원에 입원 중인 친구를 문병하기 위해서다.
일부 약국이 문을 닫은 지난 14일(일요일), 김진영(41·부산 동래구 온천동) 씨는 7살짜리 아들이 아파트 문턱에 엄지발가락을 다쳐 피가 흐르자 집 근처 편의점에 마데카솔 연고를 사러 뛰어갔다. 그러나 헛걸음을 했다. 정부의 판매 허용 방침에도 불구하고 연고는 진열대에 없었다. 박장철(48·부산 연제구 거제동) 씨도 군 입대하는 아들에게 줄 안티푸라민과 마데카솔 연고를 구입하기 위해 집 근처 대형 마트를 찾았으나 허탕을 쳤다.
정부가 지난달 21일 슈퍼마켓에서 48개 품목의 의약외품을 판매하도록 허용한 이후 생긴 풍경이다. 20일이면 의약외품의 슈퍼마켓 판매 한 달째다.
그러나 현장 취재 결과 일선 슈퍼마켓이나 마트에서 정부가 허용한 품목을 구입하기는 쉽지 않았다. 소화제 등의 슈퍼마켓 판매로 급하게 이들 품목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고는 있으나 첩부제(파스)를 파는 슈퍼마켓은 거의 없고, 마데카솔 같은 연고 크림제, 정장제 역시 구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18일 오전 부산 사하구 괴정동의 한 슈퍼마켓에서는 박카스를 주문하자 아직 진열을 못했다며 창고에서 꺼내주기도 했다.
특히 제도 시행 초기여서인지 유통업체들이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마트의 경우 48개 품목 가운데 박카스, 마데카솔 등 15개 상품을 지난달 28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30여 개 점포에서 판매를 시작했으나 지난 12일부터 모든 지점에서 의약외품을 취급하고 있다.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박카스만 7만여 병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탑마트는 아직 의약외품을 팔지 않는다. 탑마트 관계자는 "홍보부족 탓인지 각 매장에서 의약외품을 찾는 고객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면서 "그러나 이르면 올 연말부터라도 의약외품을 팔기 위해 도매상 등과 물량공급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인 훼미리마트는 초기에 20개 점포가 의약외품을 취급했으나 현재는 약 1000개 점포로 확대됐다. 위청수와 안티푸라민 등 5개 품목을 판매하고 있지만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의약외품의 비중은 아주 작은 수준이다. 훼미리마트 관계자는 "일선 점포에서 연고류와 파스류 등에 대한 공급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물량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도 "원활한 공급물량 확보를 위해 앞으로 제약업체와 직거래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은 도매상과 제약사들이 약국의 눈치를 보느라 의약외품 공급에 소극적이다. 정부가 의약외품의 슈퍼 판매를 허용했으면 물량공급 등 유통 과정에 보완할 점이 없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