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세대 중 50세대 8월 말 복귀, 나머지 18세대는 기약없어
- 주민들 "임시거처 대책 수립을"

폭우로 인한 옹벽붕괴 위험으로 긴급 대피한 부산 남구 용호4동 협진태양아파트 주민 160여 명은 사흘째 인근 학교 강당과 노인정, 친인척 집 등을 전전하고 있다. 응급복구 작업에만 최소 20일, 정확한 지질분석을 거친 항구복구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청은 임시거처 마련방안이 없어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완공까지는 연말이 돼야 가능

29일 남구청에 따르면 전문가의 정밀 안전진단검사와 동시에 이날 오후부터 응급복구 작업에 들어갔다. 이르면 8월 말에는 68세대 가운데 50세대가 집에 갈 수 있다. 응급복구는 옹벽이 붕괴되지 않도록 비계(외벽 가설물)를 설치하고 토사를 들어내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최소 20일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응급복구 작업이 끝나도 문제는 남는다. 다시 비가 오면 붕괴될 가능성이 높은 옹벽을 철거하고 새로 공사를 해야 하는데 전문가들과 함께 정확한 지질분석을 거쳐 실시설계, 예산 확보, 특수공법을 적용한 항구복구를 하는 데 올 연말까지 시간이 소요돼 그 이후라야 전체 입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곳은 옹벽과 아파트 건물 사이가 좁아 중장비가 진입하기가 힘들어 안전진단 작업에도 애로를 겪고 있으며, 시공 작업도 까다로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옹벽 붕괴 위험지역과 가까운 18세대는 기약없는 난민생활을 해야 할 형편이다.

구청 재난안전과 관계자는 "여러 전문가들이 실시하는 안전진단에만 수주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옹벽을 완전히 철거하고 항구적인 복구를 할 경우 실시설계 용역부터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민들 "최소한의 생활이라도…"

이날 오후 주민 20여 명이 머물고 있는 강당에서 만난 주민들은 "구청이 향후 복구 계획에 대해선 발표를 했지만 주민들의 임시거처 문제에 대해선 아무런 대책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 송순자(여·62) 씨는 "이틀 밤을 이웃집에서 잤는데 폐를 끼치는 것 같아 오늘부터는 남편, 아들과 함께 아파트 노인정에서 생활하려고 한다"며 "완전하게 복구되는 데 올 연말까지 걸린다는데 그때까지 씻을 데도 없는 강당이나 노인정에서 살아야 하느냐"며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 정모(52) 씨는 "복구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이 최소한 생활은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모기도 많고 샤워시설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니 간밤에 강당에는 14명만 남고 나머지는 다들 찜질방이나 친척집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구청 주민지원과 관계자는 "생필품과 먹을거리 등 필요한 물품은 주민 요구에 따라 계속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임시거처 문제는 향후 진단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