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락 두절 등 현실 고려않고 부양의무자 기준 엄격 적용
- 탈락 비관 자살 등 후폭풍, "오히려 복지 후퇴 초래" 지적
보건복지부가 전국적으로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받는 수급자의 부양의무자(1촌 직계혈족이나 그 배우자) 소득·재산을 일제조사한 결과 10만여 명이 소득·재산이 일정 수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국 각 구·군은 지난 5~6월 세부 조사를 거쳐 해당자들에게 수급 탈락, 급여 삭감을 통보했으나 최근 이를 비관해 2명이 자살하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사회복지단체와 전문가들은 복지 사각지대를 양산하는 부양의무자 제도가 이전보다 오히려 강화돼 복지의 후퇴를 초래했다며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어떻게 조사했나
보건복지부와 전국 지자체는 지난해 1월 기존의 수급자 관리 시스템인 새올정보시스템 대신 사회복지통합관리망(행복e음)을 도입했다. 복지부는 바뀐 전산망을 통해 국세청 국민연금공단 건강보험공단 등의 공적자료를 대폭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수급자와 부양의무자의 소득·재산 규모를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지난 5월 부양의무자의 소득·재산이 일정 기준을 넘는 수급자 명단을 전국 각 지자체에 통보했다. 부산지역 16개 구·군도 조사를 거쳐 수급 탈락이나 급여 조정을 시행했다.
본인과 부양의무자의 소득 합계가 각각 최저생계비를 합한 금액의 130%를 넘으면 수급자에서 탈락한다. 예를 들어 수급자가 소득이 없는 1인 세대이고 부양의무자가 4인 세대라면 월소득 256만 원, 재산 1억5286만 원 이상이면 탈락한다. 이때 교육비와 부채 등은 소득에서 공제한다.
현재 구·군의 조사는 90%가량 완료됐다. 복지부는 애초 6월 안에 조사를 마무리하고 6월부터 변동 급여를 적용할 계획이었으나 이의가 많자 오는 9월 말까지로 이의신청 기간을 연장했다.
■"부양의무자 기준 없어져야…"
수급에서 탈락한 세대는 주로 홀몸노인들이 많은데 수급자 신청 당시보다 부양의무자인 자녀의 소득·재산이 늘어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산 중구에서 혼자 사는 박모(여·73) 씨는 2007년 11월부터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받았는데 최근 조사에서 아들의 재산이 7억5000여만 원인 것으로 나타나 혜택을 받지 못했다. 부산진구에 거주하는 70대 노부부는 사위의 소득이 월 8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나 수급 대상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소득·재산 수준이 높은 자녀가 있다고 해서 기초생활보장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소득이 높아도 부모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는 자녀도 있기 때문이다.
빈곤사회연대는 최근 성명을 발표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에 있는 410만 명 중 103만 명은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수급을 못받고 있다는 게 정부의 공식 통계"라며 "진입 장벽을 해소해 사각지대를 없애야 할 정부가 엄격한 재조사를 통해 수급자를 탈락시키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양의무자가 있지만 가족관계가 단절된 수급자는 각 구·군에서 자체 조사와 생활보장위원회를 거쳐 구제하고 있다. 또 탈락한 수급자의 차상위계층 지정 등 다른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