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승부조작 사태가 챌린저스리그(K3리그) 소속 선수인 정종관의 자살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소문으로만 나돌던 승부조작이 국가대표 출신 선수까지 연관돼 있을 만큼 고질적인 것으로 드러난 데다 사건에 연루된 선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프로축구계는 물론 야구 농구 배구 등 다른 프로 스포츠 관련 단체도 큰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정종관의 자살 사건은 한국프로축구연맹과 구단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승부조작 관련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약속을 밝힌 직후 벌어져 충격파가 더 크다. 연맹은 30일 오후 정몽규 총재가 직접 나서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곧바로 승부조작 가담 혐의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던 정종관의 자살 소식이 전해지자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정남 연맹 부총재는 "뭐라고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깝고 당황스럽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한 치 앞을 내다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프로축구 현장은 이보다 더 심각한 모습이다. 박경훈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젠 걱정을 넘어서 암담한 상태"라고 말했다.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은 "지도자와 선수 모두가 서로 못 믿게 됐다. 정상적으로 치른 경기를 두고도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다"며 걱정했다.
이번 승부조작 사건의 후유증은 K리그의 흥행은 물론 프로축구 전체 판도에도 상당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K리그는 이번 시즌 제16구단인 광주 FC의 가세, 상무의 연고지 이전, 대전 시티즌 등 약체로 분류되던 팀의 초반 돌풍 등에 힘입어 내심 흥행 대박을 기대하고 있었으나 승부조작 사태가 갑자기 불거지면서 관중 350만 명 동원은커녕 30년간 지속해 온 K리그 자체가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됐다.
K리그 중단 논란과 관련, 정몽규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태의 심각성은 잘 알고 있지만 보완책을 마련해 경기는 계속해야 한다"며 리그 를 계속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축구계는 무엇보다 검찰이 정종관의 유서에 담긴 내용과 주변 인물에 대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사건의 불똥이 전방위로 튈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지난 6일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윤기원(24)의 자살 사건도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