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해상 표류사고를 낸 한·일 간 국제여객선 코비3호(본지 지난 18일자 8면 보도·사진)는 건조된 지 30년이 지나 수차례 말썽을 일으켰지만 현행법상 아무 제재 없이 운항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번 사고의 원인도 선박 노후나 정비 불량일 가능성이 커 법 개정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산해양경찰서는 미래고속 소속 코비3호의 고장 원인을 조사한 결과 선박 앞쪽 방향 조절장치인 스티어링 액추에이터(Steering Actuator)가 파손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19일 밝혔다. 이 장치는 거센 파도에 부딪힐 때 부서지기도 하지만, 선박 노후나 정비 불량 등 안전 관리 소홀로 파손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해경 측의 설명이다.

코비호는 지난 3월을 비롯해 2004년부터 현재까지 모두 8차례 사고를 일으켰다. 사고 때마다 악천후와 선박 노후 등이 원인이 됐다.

하지만 현행 해운법상 국제여객선은 선령 제한이 없다. 해운법은 국내 연안여객선에 한해서만 철선인 경우 선령을 20년으로 제한하고, 최대 10년을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1977년 홍콩에서 건조된 코비호가 잦은 고장에도 33년간 운항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코비호의 노후화는 같은 항로를 운항하고 있는 일본 JR규슈고속선 비틀호 3척이 1990~1994년에 건조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에 대해 코비호 선사인 미래고속 관계자는 "코비호의 선령이 높지만 제조사에 문의한 결과 '부품만 제때 교체하면 50년 이상은 사용할 수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부품의 사용 연한을 지켜서 교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부실한 선박 관리와 점검 기준도 도마에 올랐다. 사고가 난 코비3호는 지난 4월 한국선급(KR)으로부터 안전검사를 받는 등 매년 정기점검 의무를 지켰다.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지만 정기검사를 받았기 때문에 선사와 KR 측에는 법적 책임이 없다. 그러나 일본 등 외국의 해운법은 안전 항해와 선박 관리를 엄격히 규정해 책임을 지게 하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검사 기준을 보다 강화하고 사고 때 선사의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 현행 해상교통안전법상 국내여객선이나 어선 등과 달리 국제여객선은 해양항만청과 해양경찰의 출항통제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무리한 운항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도 높다. 지난 3월 발생했던 코비호의 기관고장으로 인한 표류 사고는 기상악화 속 무리한 출항이 주요 원인이었다.

해경 관계자는 "현행 해운법과 해상교통안전법 등에 국제여객선의 운항관리 규정이 없어 코비호 등 국제여객선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운항하는 선사 측에 일차적인 책임을 지우고 노후화된 국제여객선에 대해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등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운항 중인 2척의 코비호는 하루 4회, 성수기 때는 7회씩 부산과 후쿠오카를 왕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