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과 구의회의 갈등으로 8개월째 표류하던 부산 동구 구민체육공원(본지 지난 5월 11일자 12면 보도)이 사고를 불렀다.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벌목을 하고도 추가 공사를 진행하지 못한 상태에서 폭우로 무너진 토사가 차량을 덮친 것이다.
16일 오전 동구 수정동 구민체육공원 부지의 석축 윗부분에서 빗물과 함께 토사가 쏟아져 석축 아래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차량 10여 대가 내리막길을 따라 수십m 떠내려갔다. 토사는 인근 경로당도 덮쳐 노인 1명이 머리를 다쳤다.
주민들은 '예견된 사고'였다고 지적했다. 한 주민은 "사람이 크게 안 다쳐 다행이지 인명 피해까지 있었으면 어쩔 뻔 했느냐"며 "구청과 구의회의 갈등으로 주민만 피해를 본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지난 5월에는 일부 자생단체 회원들이 체육공원 공사 지연으로 인한 비 피해 대책을 요구하며 구의회 의장을 방문했다가 의장 협박 논란을 빚었다.
하지만 구청과 구의회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구의회는 '무리한 공사가 문제'라는 입장이고 구청은 '예산 미확보로 인한 공사 지연 탓'이라고 맞섰다. 구의회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자연 하천이 공사로 없어진 상황에서 미완성인 인공 수로가 토사에 막혀 발생한 것"이라며 구청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구청 측은 "주차장 조성 예산을 수로 공사에 투입하는 등 비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구의회에서 예산 운용안이 보류됐다"고 반박했다.
동구는 오는 2010년까지 이곳에 축구장 등을 갖춘 종합 스포츠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구의회에 '동구 구민체육공원 조성을 위한 예산 운용 계획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구의회는 생태공원이 더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8개월째 이 안의 상정을 보류하면서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현재 축구장 부지 8000㎡이 벌목만 된 채 방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