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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부산 동구 수정동 구민체육공원 부지에서 흘러내린 빗물과 토사에 휩쓸린 차량 10여 대가 산복도로 입구에서 뒤엉켜 이 일대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부산시와 구·군 등의 행정기관은 물론, 경찰 소방 등 재난관리와 대응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마다 '상황 대처 매뉴얼'이 있다. 구청은 홍수 태풍 지진 등 각종 재난이 발생하면 최일선에서 현황 파악과 사후 복구까지 책임을 지고, 시청은 16개 구·군의 보고를 취합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는다. 경찰은 교통 통제와 안내를, 소방은 인명 구조를 주된 임무로 하며 기관별 역할 구분도 비교적 뚜렷하다. 각자 별도의 상황실까지 운영하면서 피해 현장을 찾고 해결 방법을 고민한다.
그러나 16일처럼 '물폭탄'에 가까운 집중호우가 예고도 없이 쏟아지면 이 같은 매뉴얼은 사실상 소용없게 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이다. 매뉴얼 자체가 추상적이고 과거 사례를 위주로 대처방법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례적인 사건·사고가 '실제 상황'이 되면 담당자린이 상황에 따른 맞춤형 대책을 세우는 데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재난 대처는 재난 담당자의 경험과 재량에 달린 셈이다. 이러니 구청과 경찰서, 구청과 소방서 간의 협력 대응이 어려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구청 경계만 넘어가도 수방이나 통제 대책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더 큰 문제는 시나 구의 재난 관리 부서가 기피직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열심히 일해도 조그만 실수라도 생기면 온갖 비난이 쏟아지기 때문에 한직으로 취급받기 일쑤이다. 요즘처럼 집중호우 태풍 등 잦은 기상이변으로 상시 비상근무체제가 유지될 때에는 업무 부하가 높아 떠나려는 사람을 붙잡아 놓을 수도 없다는 간부들의 하소연도 나온다.
기록적 재난이 발생하면 사실상 속수무책이기는 경찰도 마찬가지이다. 화재 홍수 폭발사고 등 상황별 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큰 비가 내려 주요 도로가 물에 잠기고 일대 교통이 순식간에 마비되면 교통과와 지구대 경찰이 총출동하더라도 어쩔 수가 없다.
재난관리는 결국 시스템과 사람의 문제로 귀착된다는 것이 담당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집중호우와 같은 재난에 근원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10년 빈도(10년에 한 번 내리는 큰 비)의 하수구나 배수구를 100년 빈도로 늘리는 식의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더불어 방재인력의 전문화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부산시 재난관리계 김상길 계장은 "재난관리도 결국은 사람의 문제이기 때문에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