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야성을 이룬 부산항 전경. 남북 간 협력으로 한반도 경제권이 구축되면 부산항이 대륙의 관문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반도는 태생적으로 외세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형세다. 세계 초강대국들인 미·일·중·러의 틈새에 낀 반도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반도가 살아갈 수 있는 길은 자명하다. 친외세도 반외세도 아닌 바로 용외세(用外勢)가 해답이다. 다만 근대적 의미가 아니라, 21세기형 문명표준에 따른 네트워크적인 용외세를 이뤄야만 한다.

해양과 대륙의 양면성을 지닌 반도는 이런 관점에서 오히려 강점이 있다. 중국이 개방정책을 편 후 동아시아 지역의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대륙보다는 해양아시아가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부산과 인천, 중국의 상해 청도 대련, 일본의 후쿠오카 규슈 등은 물론 동남아 일대 해양도시들이 부상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서울 베이징 도쿄 등 내륙 도시들과도 연계가 이뤄지고 있다.

더구나 남북이 협력으로 가는 상황이다. 부산서 북한을 거쳐 중국·러시아로 육로 수송망이 연결되고 있다. 해양도시와 내륙도시들이 다양한 루트로 그물망이 쳐지고 있는 모양새다. 한반도의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그물망의 노드(node)를 제대로 꿰어 투망질을 해야 한다.

이렇게 구축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외세를 활용한다면 한반도는 동아시아 경제권의 핵이 될 수 있다. 그 사례가 이른바 '한반도 경제권'의 구축이다. 이것은 북한의 개방을 전제로 한 구상이다.

남북 간 육로가 터지면 남한의 물류는 북한을 거쳐 대륙으로 곧장 뻗어가게 된다. 이 상황을 중국과 러시아는 어떻게 바라볼까. 중국은 낙후된 동북지역 개발을 위해, 러시아는 전통적인 동진정책의 개념에서 경협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북한으로 옮겨올 수 있다. 부족한 인력을 어디서 메울까. 답은 인민군의 군복을 벗기는 것이다. 양질의 인력을 일시에 확보할 수 있다. 북한과 만주 일대가 이른바 '한반도 경제권'이 되는 것이다. 경협이 남북 간 평화공존으로 가는 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4대강국의 이해관계가 간단치 않다. 주변국들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이용하고 동참을 이끌어 내는 게 관건이다. 한반도 권역의 부상을 싫어하거나 부담을 느끼는 나라도 있을 수 있다.

결국 용외세는 한반도 주변을 그물망으로 덮어 네트워크화함으로써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그것도 다중그물망을 쳐야 한다. 이와 관련, 서울대 외교학과 전재성 교수는 '신조선책략'이란 글에서 용외세의 방안으로 ▷주변 강대국들에 대한 냉철한 판세분석 ▷안보 지식 문화 환경 등 21세기형 파워의 창출 ▷이들 파워에 대한 주변 세력들과의 네트워크화 등을 꼽았다.

즉 우리 스스로 파워를 키워 강대국들의 역학관계를 정확히 파악한 후 다양한 21세기형 주체들을 그물망으로 엮어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파워는 부국강병뿐 아니라 지식 문화 환경을 포함하는 복합적인 파워를 말한다.

성균관대 이희옥(국제정치) 교수는 "한반도는 네트워크의 시대에 맞게 동북아 그물망의 주요 코드로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러려면 주변 4대 강국에 대한 로드맵을 만들어 냉철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하고 "한반도의 반도국 회복이 그러한 접근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