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나는 마을이장이로소이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고…소액재판장의 하루

부산지법 박준석 판사 일기글 화제

  • 조미령 기자 minerva@kookje.co.kr
  •  |   입력 : 2007-08-10 21:22:10
  •  |   본지 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법의 잣대로 시시비비를 따지는 냉엄한 심판자가 아닌, 때로는 이웃의 사소한 다툼을 해결하는 '동네 이장'이 된다는 한 재판장의 진솔하고 재치있는 글이 화제다. 부산지법 민사28단독 박준석 판사는 최근 부산지법의 소식지(주보)에 '소액재판장의 일기'란 제목으로 재판 담당 판사의 솔직담백한 심경을 담은 글을 실었다.

합의부 배석판사를 지내다 올해 처음 재판장을 맡은 박 판사는 '판사가 너무 깔끔해도 국민들이 괴리감을 느낀다'는 말을 되새기며 재판이 있는 날엔 면도도 대충 한다고 이번 기고에서 털어놨다. 재판 전날 밤 정리한 재판 메모지를 읽으면 마치 시험을 몇 시간 앞둔 수험생처럼 긴장감이 밀려오고 막상 재판이 끝나면 녹초가 된다는 '신참' 재판장의 고백도 실려 있다.

박 판사가 맡고 있는 사건은 2000만 원 이하의 돈을 청구하는 소액사건. 채권자인 원고 측은 재판장이 돈을 갚지 않는 채무자(피고)를 준엄하게 꾸짖어주고 돈을 받을 수 있길 기대하는 반면 채무자들은 딱한 사정을 내세워 얼마의 돈이라도 면제받길 원한다.

박 판사는 빌린 돈 300만 원을 파출부 생활을 해서 조금씩 갚겠다는 한 아주머니와 5년간 이자까지 합쳐 600만 원은 받아야겠다고 나선 한 아저씨의 요구를 절충한 적이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재판장의 적절한 몸짓 및 표정과 분위기 주도력.

그는 "피고의 형편이 너무 딱한 것 같은데 원고가 남자답게 이자 부분은 화끈하게 포기하고 원금만 받으시죠"라며 분위기를 잡았다. 하지만 원고가 이를 거부했다. 원고의 말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그는 피고에게 "돈을 빌렸으면 제때 갚아야지, 그러면 되겠습니까. 원고가 돈 욕심이 많지 않아서 망정이지 600만 원 물어줄 뻔했어요"라고 큰소리를 쳤다. 이어 원고가 말할 틈도 주지 않고 "그럼 한 달에 30만 원씩 열 달간 갚으세요"라며 슬쩍 이자 부분을 뺐다. 결국 박 판사는 "피고의 재산을 들춰내 집행할 경우 시간도 많이 들고 번거롭기까지 하다"는 말로 원고를 설득시켜 가까스로 조정을 성립시켰다.

민사재판에서 법원은 소극적인 제3자의 입장이다. 판사는 분쟁의 해결사보다는 엄정하고 냉철한 심판자에 가깝다. 하지만 소액재판장은 때로는 동네 이장처럼 양측의 싸움을 말려야 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박 판사는 한 달에 10만 원씩 갚겠다는 피고와 20만 원씩 받겠다는 원고 사이에서 15만 원은 어떠냐고 '흥정'했다. 양쪽 모두 동의하지 않아 다시 '17만 원'을 제시하니 방청석에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났다. 순간 그는 '나 판사 맞아?'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박 판사는 "기회가 되면 심판자의 모습을 던져버리고 동네 이장이나 남의 일에 끼어들기 좋아하는 동네 아저씨가 된다"며 "당사자들의 싸움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종결시켰을 때 분쟁을 해결했다는 조정의 묘미와 보람을 맛보게 된다"고 밝혔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직무정지 새마을금고 이사장, 여전히 경영 관여
  2. 2경정 승진자도 전국 교류…경위 이하 5년씩 부서순환 추진
  3. 3지광 70억 있다면서…세금도 34억 10여 년 체납
  4. 4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5. 5[근교산&그너머] <1484> 통영 학림도 망산
  6. 6‘가덕 증액 문서화’ 쳇바퀴…우선시공분 내달초 착공 희박(종합)
  7. 7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8. 8아직 관객 많은 ‘오디세이’인데…아이맥스관에서 내린 사정
  9. 9신임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김성기 행안부 인사기획관
  10. 10후배 경찰 신체 ‘덥석’…파출소 팀장 추행 혐의 피소
  1. 1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2. 2대한항공 말흐리기…실체없는 통합LCC 부산 허브
  3. 3[뉴스 분석] 종교인·언론사주가 국회 권위 훼손…도덕성 논란까지
  4. 4부울경 광역의회 협력강화 선언 “미래산업 함께 육성”
  5. 5李 대통령 “국민 생명·안전 지키기가 최우선”
  6. 6‘가상자산 과세 유예’ 결론 못낸 당정
  7. 7여야 ‘조희대 국조’ 두고 공방 격화
  8. 8밤샘농성 장동혁 "피의자 선관위가 새벽 4시에 투표용지 가져가"
  9. 9[속보] 대통령비서실, 30억 들여 월평균 11회 여론조사…내용은 비공개
  10. 10지광, 국회 동행명령 끝내 불응…여야 “즉시 고발”
  1. 1지광 70억 있다면서…세금도 34억 10여 년 체납
  2. 2‘가덕 증액 문서화’ 쳇바퀴…우선시공분 내달초 착공 희박(종합)
  3. 3퇴직금 2028년부터 사외적립…체불 예방
  4. 4부산시 “부산에 글로벌 AI 허브 유치하겠다”
  5. 5미래에셋·대신증권·빗썸도 뚫렸다(종합)
  6. 6사실상 금융업 전체가 다 털릴 판…靑, 긴급 대응회의(종합)
  7. 7첫 100조 분기매출 하닉 “100조 주주환원 하겠다”(종합)
  8. 8전용터미널·화주 인센티브 등 북극항로 상업운항 지원 요구
  9. 9부산과학기술협의회·CTO평의회 역량 확대
  10. 10부산銀 센텀센터, 스타트업 지원 거점화
  1. 1직무정지 새마을금고 이사장, 여전히 경영 관여
  2. 2경정 승진자도 전국 교류…경위 이하 5년씩 부서순환 추진
  3. 3신임 부산시 행정부시장에 김성기 행안부 인사기획관
  4. 4후배 경찰 신체 ‘덥석’…파출소 팀장 추행 혐의 피소
  5. 5아울렛서 만나는 김해 도자기
  6. 6영업중단 이어 단전 위기…피가 마르는 홈플러스 입점업체들
  7. 7부경대 5108명 정보유출…위탁보안 비상
  8. 8“일부 수사 강압·부실” 부산변회, 권한 커진 경찰 첫 평가
  9. 9김해 어르신 생활 불편 해결해 드립니다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9일
  1. 1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2. 2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3. 3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4. 4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5. 5‘무관의 제왕’은 옛말…케인 발롱도르 품었다
  6. 6‘은퇴 기로’ 손아섭, 2년 만에 NC로…3000고지 향한 행진 계속
  7. 7허구연 KBO 총재, 3연임 사실상 성공
  8. 8K리그2 준PO 12월 2일 개최
  9. 9김해FC, 제6대 사령탑에 설기현 감독 선임
  10. 10롯데 자이언츠 신임 감독 이동욱·단장 이택근(종합)
우리은행
위기가정 긴급 지원
홀로 질병과 생활고 견디는 독거노인…수도까지 끊겨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노후 산단을 스마트 밸리로 혁신…구 소유 건물 팔아 재정 안정화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