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 억지성 자원봉사회원 늘리기에 대한 비난 여론(본지 지난 3일자 6면 보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시가 정작 일선 구·군 자원봉사센터(이하 자봉센터)에 대한 해당 구청의 예산 지원이나 봉사활동 프로그램 추진을 독려하는 일에는 무관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열악한 재정 여건에 시달리고 있는 일선 자봉센터들은 시의 '엄명'에만 매달려 진정한 봉사단체로서의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자봉센터는 '속 빈 강정'=부산시는 지난 한 해 17개(부산시 포함) 자봉센터에 국비 3900만 원, 시비 5억4100만 원, 구·군비 2억9900만 원, 센터법인 자체 1억1600만 원 등 모두 9억95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해 이 중 9억9000만 원을 집행했다고 5일 밝혔다.
시는 올해 16개 구·군 자봉센터에 유급실무자 1명의 연봉(840만 원)을 포함해 적게는 2200여만 원, 많게는 2500여만 원의 예산을 지원해 16개 구·군 자봉센터에 모두 3억7400여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센터 한 곳에 분기당 680만 원 안팎이 지원되는 셈이다.
A구 자봉센터는 지난 1분기 680여만 원, 한 달에 220만 원으로 살림을 살았다. 간사와 유급실무자 월급 각각 100만 원과 70만 원, 아르바이트 회원 인건비 25만 원 등을 빼고 운영비로 35만 원이 남았다. 이 돈으로 한 달을 활동하려니 자원봉사자 간담회 때 과자나 음료수 하나 대접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지난달 국비 지원으로 코디네이터 2명이 새로 투입됐지만 PC나 책상 등은 지원되지 않아 이를 기증해 줄 곳을 찾느라 여간 고생한 게 아니었다.
B구 자봉센터는 최근 한 기업의 차량 지원 공모에 선정돼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기뻐했지만 막상 주유비나 보험료 나올 곳이 없어 벌써부터 걱정을 하고 있다. 실제 한 자봉센터 관계자는 "어느 자봉센터가 차량을 기부받았는데 운영비가 없어 차량을 반납하려고 했지만, 그것도 쉽지 않아 차가 애물단지가 돼버렸다"고 전했다.
●지자체 지원금 대구의 5분의 1=지역마다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자원봉사활동을 체계적으로 통합해 전문적인 조직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만든 자봉센터가 봉사자 모집과 배치 등 단순 업무만 하고 있다. 부산지역은 특히 각 구·군의 지원금이 적다 보니 활동비조차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자체 프로그램의 기획과 추진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지역 16개 구·군이 자봉센터에 지원한 돈은 모두 2억9900만 원. 이는 같은 기간 대구지역(14억7600만 원) 지원금의 5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대구시 자원봉사과 관계자는 "시가 프로그램 기획과 홍보물 제작 등의 사업을 만들어 사업별로 시와 일선 구·군이 50%씩 지원하도록 해 봉사센터의 재정 확보를 돕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지역 자봉센터들은 각종 봉사 프로그램 기획, 홍보물을 만들어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반면 부산지역 자봉센터에서는 자체 기획은 고사하고 홍보물을 제작할 여력조차 없었다.
부산의 한 자봉센터 관계자는 "직원들이 전문성 교육이나 자체 프로그램 기획으로 실력을 쌓아야 하는데 회원 등록과 수급 등 단순 업무에 치중해 진정한 자원봉사 활성화나 지역사회복지 증진을 위한 정체성을 상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