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의 북한산 물품 반입승인 과정에 개입해 북한 조선민족경제협력연합회(이하 민경련)로부터 발급받은 북한 원산지 증명서로 중국산 농수산물을 '북한산'으로 위장해 국내에 유통시킨 브로커들이 무더기로 붙잡혔다. 브로커들은 무역업자들에게서 받은 무게당 수수료를 북한 측 교역업자들과 나눠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검 외사부(부장검사 변광호)는 31일 부산세관과 합동으로 수십 개의 유령회사를 만들어 북한산 농수산물에 대한 반입승인을 독식하고 북한 민경련으로부터 발급받은 원산지 증명서로 중국산 농수산물을 북한산으로 속여 유통시킨 혐의(남북교역법 위반 등)로 박모(58) 씨 등 무역브로커 4명을 구속 기소하고 무역업자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04년 1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유령회사 40여 개의 명의를 이용해 수십 차례에 걸쳐 통일부로부터 북한산 건명태 2347t의 반입 승인을 받은 뒤 중국산을 국내에 유통시켜 1억7000만 원 상당의 관세를 포탈한 혐의다.
검찰은 특히 박 씨 등 브로커들이 북한산 물품 반입승인을 독점해 분배하는 과정에서 건명태 t당 350달러 상당의 '쿼터(반입승인) 수수료'를 무역업자들로부터 받아 북한 민경련 등 북측 교역업자와 나눠 가진 정황을 포착해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검찰의 이번 수사는 북한산 농수산물을 반입한 적이 없는데 거래한 것으로 기록된 것을 확인한 한 무역업자의 제보로 시작됐다. 북한산 농수산물은 북한 민경련이 발급한 원산지증명서만 있으면 세관에서 별다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반입되기 때문에 이 같은 제보가 없었다면 이들의 범행이 발각되기 어려웠다는 게 부산세관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브로커가 조직적으로 개입된 대규모 유통조직을 적발한 것은 처음"이라며 "북한산 농수산물의 상당수가 중국산이라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 만큼 구멍 뚫린 북한산 교역 절차가 정비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