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가 부도가 나자 예금잔고 30만 원 이외에는 재산이 전혀 없다며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아냈다. 하지만 그가 2002년 4월 부산지법 동부지원 경매입찰에서 20대 초반인 딸의 명의로 1억 원 상당의 단독주택을 경락받자 채권자의 이의 제기로 '속임수 파산선고' 사실이 들통났다. 법원은 A 씨에게 면책 불허 결정을 내렸다.
월수입 50만 원에, 자동차도 없다며 파산 신청을 한 B 씨는 최근 5년간 세무서 자료를 제출하라는 법원의 명령에 덜미가 잡혔다. 자동차세를 두 차례에 걸쳐 6만2000원을 부과받았고, 지난해 연말정산한 근로소득이 1790만 원이었던 것이다.
수천만 원의 빚을 갚을 길이 없다며 2년 전 채무자 회생 신청을 하고 인가결정을 받은 C(여·35) 씨. 그는 피아노학원 강사 일을 하며 지난해까지 변제할 납입금을 냈지만 최근 능력이 없다며 채무자 회생절차 폐지를 신청하고 파산신청을 했다. 하지만 젊고 매달 60만~70만 원의 수입이 있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개인 파산 신청을 하는 채무자들이 해마다 늘고 있는 가운데 재산이 있는데도 허위 신청을 하거나 수입이 있어도 숫제 변제를 하지 않으려고 개인 파산 신청서를 내는 파렴치 행위가 크게 늘고 있다.
부산지법은 올들어 6월 말까지 개인 파산 신청 건수가 4680건으로 월 평균 780건에 달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지난 한 해 총 6763건, 월 평균 564건에 비해 20%가량 증가한 것이다. 올 상반기 파산 신청 가운데 자신의 수입이나 자동차 보유 등 재산상태를 허위로 기재하거나 거짓 내용을 진술하다 발각돼 기각된 건수는 모두 66건으로 지난해의 9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면책신청 역시 지난해 7173건(월 평균 598건)에서 올해는 상반기만 4691건(월 평균 782건)으로 21% 늘어났다. 기각 건수도 지난 한 해 1건에서 올들어 48건으로 급증했다.
법원이 지난 몇 년간 채무자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면책 사건을 폭넓게 허용하고 신속하게 처리했지만 갈수록 채무자의 재산·소득관계나 과거의 행적을 파악하기 어려운 사건이 등장하고 허위사실이 드러나는 등 신청 자료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은 20, 30대 소액 채무자들의 노동력이나 친족의 재산 등을 고려하고, 재산을 싸게 처분하거나 상속을 포기한 경우 등에 대해 철저한 심사로 '양심불량' 파산 선고 신청자들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 특히 법원은 그동안 신청자의 허위사실이 드러나더라도 파산 신청을 거부하지 못했지만 지난 4월 개정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신청 남용 건은 기각하고 있다.
부산지법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개인 파산 절차에서 허위사실이 드러나도 이를 기각할 수 없는 데다 제도의 실효성을 이유로 면책률이 90% 이상에 달하는 등 남용된 사례가 많았다"며 "도덕적 해이나 채권자의 불이익을 감안해 검증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