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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운대 신시가지 한 가운데 있으면서도 개발계획에서 제외된 제척지의 풍경. 고층 아파트군에 둘러싸인 모습이 초라하다. 그러나 최근 이곳에는 주상복합건물과 오피스텔, 골프연습장 등이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고 들어서고 있어 난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서순룡기자 seosy@kookje.co.kr |
부산 최초의 계획도시인 해운대 신시가지가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공시설·공원 부지가 주거·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되면서 콘크리트 천국으로 변했다. 보상비 마찰 때문에 도시설계에서 제외된 제척지는 급격한 슬럼화가 진행 중인 가운데 경관을 고려하지 않은 독불장군식 고층 건물군에 잠식당하고 있다.
▲ 반쪽짜리 계획도시 = 해운대 신시가지는 방사형으로 설계됐다. 둥근 원형의 핵인 중심상업지를 동·서 도로(좌동로)와 남북도로(양운로)가 관통한다. 신시가지의 태생적 한계는 도시 기능의 중추를 담당하는 중심상업지 주변에 15만평의 제척지(除斥地·개발제외 구역)가 존재하는 것이다.
제척지는 2가지 이유 때문에 생겼다. 첫째는 토지보상 비용. 당시 농지는 평당 30만~60만원이었지만 대지였던 제척지는 평당 150만~200만원 선이었다. 재정 부담을 느낀 부산시는 이곳을 개발에서 제외시켰다.
두번째는 신도시 개발 주체의 문제. 당시 법에 따르면 100만평이 넘는 토지개발은 건설교통부가 주관하도록 돼 있었다. 부산시는 제척지를 뺀 95만여평만 개발하기로 했다. 신도시의 가장 중요한 지역을 '제척'시켰으니 부작용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현재 제척지의 얼굴은 두가지이다. 하나는 대규모 아파트군에 포위돼 하수도·도시가스·난방 등 신시가지 주민들이 향유하는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도심속 오지'로 전락한 풍경. 반면 무계획적인 난개발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도시설계에 따라 개발된 신시가지와는 달리 제척지는 토지용도만 맞으면 어떠한 규제도 없이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 '계획도시' 속의 '무계획 도시'인 셈이다.
최근 몇년 사이 제척지에는 롯데캐슬아파트를 비롯한 100~200세대 규모의 25층 이상 고층아파트가 5곳이나 들어섰다. 신시가지 관문인 고가도로 옆에 세워진 제척지 내 D아파트는 도시경관과 스카이라인을 결정적으로 파괴한 대표적 건물이다.
몇몇 지주들은 지금도 작은 땅을 서로 모아 수십개의 원룸·오피스텔을 짓고 있다. 도심 외곽으로 빠져 나가야 할 골프연습장이 중심지 한가운데서 버젓이 영업 중이다.
제척지에 대한 부산시의 입장은 미온적이다. 부산시는 신시가지 개발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제척지를 신시가지 개발과 조화될 수 있도록 별도의 도시계획사업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음'이라는 단서조항을 달았지만 입주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아무런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
신시가지 주민인 경성대 강동진(도시공학) 교수는 "현재 제척지는 주택과 상가가 혼재하고 단층과 고층이 뒤섞여 생활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면서 "지금이라도 지구단위 도시계획을 수립해 일정한 틀에서 개발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땅 장사하는 부산시 = 현재 신시가지의 아파트 내 공원은 현대아파트 옆 오산공원이 유일하다. 14개의 어린이공원이 있지만 '공원'이라기보다 '놀이터'에 가깝다. 특히 부산시는 중앙공원 부지였던 1만3000여평을 주택용지로 전환, 아파트 건립허가를 내줘 신시가지 공원·녹지계획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버렸다. 중심상업지역에 환승주차장을 갖춘 근린공원 4곳을 만들겠다던 당초 계획도 예산난으로 유야무야된 상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원래 계획됐던 공원부지 30만7490㎡ 가운데 13만2632㎡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거나 공터로 방치되고 있다. 공원 조성률이 56.9%에 불과한 것이다. 부산발전연구원 황영우(도시계획 박사) 선임연구원은 "부산시가 수익성에만 급급해 대규모 공원조성을 백지화시킨 것은 명백한 잘못이며, 근시안적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부산시가 '땅 장사'를 한 흔적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지난 2003년에는 파출소와 소방서가 들어설 예정이었던 공공용지 1576㎡를 단독주택용지와 상업용지로 바꿔 매각했다. 아직 팔리지 않은 소방파출소 2개와 파출소 4개도 용도를 변경해 매각을 추진 중이다. 사회1부 광역이슈팀 = 이노성 배성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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