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이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혹독한 취업전선에 서 있는 고학력 장애인들의 체감온도는 수은주보다 훨씬 떨어져 있다.
지난해 2월 부산의 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김영철(26·가명)씨. 그는 목 부위 관절의 장애로 대학 졸업반 시절인 지난 2003년 장애인등록을 했다. 재학시절 2년간 독일에서 어학연수를 했고 CAD(컴퓨터 활용 설계)와 정보처리 관련 자격증을 4개나 갖고 있는 그에게도 지난 2년 동안 취업 문턱은 너무나 높았다. "면접을 5, 6차례 봤는데 결과는 늘 정해져 있었어요. 능력이 아닌 장애를 먼저 보니까요. 고학력에 전문기술까지 갖춰도 희망은 크지 않습니다." 김씨는 요즘도 오전 7시30분이면 어김없이 부산 북구 덕천동 부산정보직업전문학교에 도착해 밤 늦도록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
내년 2월 신라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는 정동후(24)씨. 뇌병변(뇌성마비) 1급인 그는 장애인 취업의 어려움 때문에 몇차례나 좌절을 경험했다. 정씨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고질적인 사회의 편견이다. "비장애인과 사고력이 동등한 대졸 출신의 뇌병변·지체장애 장애인들의 취업은 오히려 힘듭니다. 목표는 높은데 사회는 우리를 단순히 장애인으로 치부해버리기 때문이죠."
중소기업의 경우 단순노무직이나 사무보조 등에 장애인을 '가물에 콩나듯' 고용하지만 대기업은 좀처럼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씨는 "장애인 고용 자체보다 채용 후 뒤따를 시설 개선비용이 의무고용 위반시 내야 하는 고용 분담금보다 더 많이 든다는 근시안적 시각이 아직 팽배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비용을 중시하는 민간 기업과 달리 공공성이 강조되는 정부 산하 공기업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기획예산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17개 공기업 중 10곳은 장애인을 한명도 채용하지 않았으며 KOTRA 석탄공사 수자원공사는 4년 연속 장애인을 한명도 채용하지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 공기업의 장애인 채용률은 1.4%. 이마저도 지난해 1%에 비하면 조금 오른 수치이다.
최근 한 웹페이지 관리 시스템 회사에 취업원서를 썼다는 정씨는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다. "서류나 면접에서 떨어지면 자신이 장애인이어서 떨어졌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압니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능력이 부족해서 떨어졌겠거니 하고 자위해요. 특히 고학력 장애인들에게서 이런 경향이 더 짙습니다."
신라대 정보통신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신철수(24·부산 사상구 괘법동)씨. 뇌병변 3급인 그의 꿈은 국내 최고 MP3 플레이어 제조업체에 취업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컴퓨터 게임을 좋아했던 신씨는 2001년 3월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입학했다. 신씨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소프트웨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임베디드'는 MP3 플레이어나 PDA(휴대용 단말기) PSP(미니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 같은 특정한 전자기기가 작동할 수 있도록 운영 프로그램을 기기에 적용시키는 분야다.
지난해 2학기 때 멀티미디어 수업을 들으면서 임베디드 분야로 진로를 정한 신씨는 지난 학기 학점이 4.36으로 장학금까지 받았다. 지난 6월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개발전문가 자격증을 따냈다. 몇 달 전 학과 교수를 통해 영상매체 관련 취업추천서를 받았지만 자신의 갈 길이 아니라 생각해 포기했다.
신씨는 저녁이 되면 학교 내 프로젝트실에서 자신이 가고 싶어하는 회사가 사용하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익히고 있다. 그리고 행여 나약해질까 두려워 끊임없이 주문을 외우고 있다. "뇌병변은 뇌의 신경세포가 죽어 행동장애가 있는 것일 뿐, 지적인 사고 능력과는 전혀 상관없다. 나 자신을 믿고 목표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자."
사회1부 광역이슈팀=신수건 이노성 배성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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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기장군 정관면 부산직업능력개발센터 내 CAD·CAM 실습실에서 27일 원생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곽재훈기자 kwakjh@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