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각내 팔만대장경의 모습 . 오른쪽이 지난 72년 설치된 신판가로 중앙판가와 달리 경판이 햇빛에 그
문화재청이 팔만대장경판 추가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72년 설치된 신판가 철거방침을 밝힘에 따라 이번 기회에 경판과 장경각 전체의 안전한 보존관리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중앙판가에 과도하게 쌓인 경판을 분산시킴으로써 중앙판가의 하중 문제를 해결한다는 목적으로 신판가를 설치한 만큼, 신판가가 철거됨에 따라 중앙판가가 받게될 하중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철저히 분석돼야 한다.
문화재청도 이미 중앙판가의 기둥 등 구조적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파악한 만큼 이번 기회에 장경각과 경판 전체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 검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팔만대장경판과 장경각에 대한 조직적이고 종합적인 연구조사는 지난 93년 시작된 ‘대장경판 보존을 위한 기초학술조사’가 유일무이한 상황인데다 이마저도 예산 문제로 당초 계획했던 5년을 채우지 못했다.
경남도 문화재 전문위원인 경상대 고영훈(건축공학) 교수는 “장경각과 경판의 항구적인 보존대책을 위한 종합 학술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문화재청은 팔만대장경 영구보존을 위해 오는 2005년까지 경판 전체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완료하겠다고 밝혔으나 해인사측은 이같은 작업이 앞으로 1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한 경판 크기 및 무게 측정, 앞뒷면 사진촬영 등과 함께 경판의 청소(먼지털기와 이물질 제거)와 보수작업(훼손된 손잡이나 경첩의 못 교체) 등이 함께 진행돼 한꺼번에 많은 인력이 투입될 수도 없다는 것.
해인사가 이번에 신판가 철거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도 장경각 법보전의 중앙판가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이 시작되는 내년부터 신판가 철거작업이 병행될 경우 많은 시간과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배경이 됐다.
장경각내의 신판가는 지난 30년동안 내부 공기 흐름과 온도 및 습도 유지에 지장을 초래해 장경각과 경판의 훼손을 부채질한 것으로 지적됐다.
노태섭 문화재청장 (오른쪽 두번째)이 9일 심의조 합천군수(왼쪽첫번째 ) 등과 함께 장경각내 경판 보존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특히 신판가는 장경각 건물의 남쪽 벽면과 연달아 있고 지붕의 처마길이도 160~172㎝에 불과해 태양의 고도가 높은 여름철 1~2개월을 제외하고는 1년내내 경판이 햇빛과 빗물에 노출돼 있다. 햇빛을 받은 경판은 목재의 화학성분인 리그닌(Lignin)이 분해돼 가루처럼 떨어져 나가는 현상이 가속화됐다.
해인사 관계자는 신판가에 보관된 대부분의 경판이 탈색현상을 보이고 있고 습도가 높은 날이면 백화현상도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같은 탈색 및 백화현상은 지난 9일 장경각 훼손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해인사를 찾은 노태섭 문화재청장과 심의조 합천군수 등도 확인했다.
게다가 경판 훼손뿐만 아니라 장경각내 기존 중앙판가 등의 기둥 아랫부분의 부식과 가로재의 휨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해인사와 합천군 관계자는 “판가 기둥의 아랫부분인 동바리의 10~20% 가량이 경판을 버티기 어려워 부분 보수 작업을 하고 있으며 가로재의 휨 현상이 심각한 부분은 같은 재질의 목재로 교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인사 장경각 보존실장인 관암 스님은 신판가 철거와 관련, “신판가 설치 및 철거를 통해 문화재 보존은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배운 좋은 사례”라며 “세계문화유산으로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문화재인만큼 각계의 좋은 의견을 모아 영구보존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이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