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을 떠났다 참변을 당한 부산 사하구 감천동 부일외국어고교는 사고소식을 접하고 찾아온학부모들로 순식간에 `울음바다'로 변했다. 사망자와 부상자 학부모는 가슴을 치며 통곡을 하다이날 오후 7시20분께 학교측이 마련해준 차량 2대에 나눠 타고 사고현장으로 출발했다.

△...숨진 김은애(독어과1년)양 어머니는 "은애가 수학여행가기 직전에 병원에서 퇴원해 가지 말라고 말렸다"면서 "굳이 가겠다고 해 가더라도 조심하라고 신신당부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못했다. 학교측이 게시한 사망자 명단에 처음에 `김인애'로 적혀 있어 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일것이라고 애써 자위하기도 했으나 사망사실이 확인되자 "은애야"라며 절규했다.

오후부터 핸드폰 끊겨△...중상을 당한 김미향(일어과1년)양 어머니 안지언(40)씨는 "딸이 핸드폰을 가져가 수학여행을 떠난 11일부터 계속 연락을 취해왔는데 오늘 오후부터 연락이 끊겼다"며 "사고소식을 접하고핸드폰을 쳐봐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울먹였다. 또 일부 학부모들은 수학여행을 봄과 가을이아니라 위험한 장마철인 7월에 왜 갔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오후 5시 45분께 일어과1반 박선하양의 어머니는 핸드폰으로 현재 김천의료원에 입원해 있다는딸의 전화를 받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딸이 말은 안하고 자꾸 울더라"며 떨리는 손으로 전화번호도 제대로 누르지 못하고 급히 병원으로 향했다. 또 6시께 딸의 친구로부터딸 신유혜양이 무사하다는 전화를 받은 유혜 어머니는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하는 기분"이라면서도 "금쪽같은 자식들이 죽은 부모들은 어떡해요"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억지로 보냈는데...

△학교로 찾아온 학부모들은 사망자 명단에 이름이 적힐 때마다 혹시 자신의 자식의 이름이 오를까 사색이 된 채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 이지훈군의 어머니는 명단에서 아들의 이름을 확인한뒤발을 동동 구르며 "지훈아"를 외치면서 오열했다. "지훈아 나 어떡해 제발... 지훈아, 내 아들아"라며 아들의 이름을 수십번 불러 주변의 안타까움을 샀다.

△남편과 함께 달려온 이정은양의 어머니는 오열하며 "애가 안 갈거라면서 회비도 안 내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다같이 가야 한다고 해 억지로 보냈다"며 "그렇게 가기 싫어하는데 보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라며 교실바닥에서 기절했다. 넋을 잃고 있는 남편에게 "우리애 찾아와요. 얼마나착한 내 딸인데... 눈에 천번이고 만번이고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딸인데 살려내"라며 혼절을거듭했다.

참사 소식에 교사도 실신△숨진 독일어과 1년 정성실(16)양의 친구는 "사고 현장에서 살아남은 다른 친구에게서 휴대폰문자메시지를 통해 사고 소식을 듣고 설마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울먹였다.

△...사고소식을 접하고 몰려든 학부모들은 생사여부를 학교측에 물어도 정확하게 확인이 되지않자 "학교측은 도대체 뭘하느냐"고 성토했다. 학교관계자는 "부상을 당한 선생님들까지 숨지거나 다친 학생들의 신원파악보다 사태수습을 먼저 하다보니 늦어지는 것 같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 와중에 김혜숙(한국지리)교사가 자신의 제자가 숨진 사실을 알고 실신해 동료 교사들이 급히양호실로 옮겼다.

장대비속 현지로 출발△이날 오후 7시 40분께 학부모들을 태우고 김천 제일병원 등 현장으로 가는 부산응급환자이송단소속 구급차 7대가 출발한 사하구 감천동 감천주유소 앞에는 100여명의 가족들이 장대비속에서구급차를 타려고 장사진을 이뤘다.

△처음 사고현장으로 출발하려던 천일여객 버스가 도착하자 학생 가족들은 버스에 올라 눈을 감고 자녀가 무사하기를 기도하는가 하면 일부 부모들은 손수건을 입에 물고 터져나오는 울음을참으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오상준 김용호 임은정기자letitb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