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동남극에서도 서남극에 버금가는 빙상 붕괴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동남극의 얼음이 모두 녹으면 전 세계 해수면을 3, 4m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장 관측이 부족해 예측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극지연구소는 이원상 책임연구원 등이 참여한 13개국 전문가 39명의 공동 분석 결과가 국제학술지 ‘네이처 리뷰 지구환경’에 게재됐다고 5일 밝혔다. 연구진은 동남극 조지 5세 랜드 일대의 ‘윌크스 빙저 분지’를 주목했다. 이곳은 빙상 아래 기반암이 해수면보다 낮고 내륙으로 갈수록 깊어지는 지형적 특성이 있다. 이런 지형에서는 빙하가 물에 뜨기 시작하는 지점인 지반선이 후퇴하다 일정 지점을 넘어서면 속도가 가속되고 해양 빙상이 현저하게 불안정해질 수 있다.
부지 일대에서는 이미 급격한 변화가 관측된다. 쿡 빙붕 서쪽 부분의 붕괴 여파로 상류 빙하 말단의 이동 속도가 연간 650m에서 1200m 이상으로 약 두 배 빨라졌다. 1996년 이래 메르츠 빙하와 국 빙하 일부 지반선은 연간 400m씩 후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앞으로 얼마나 빨라질지 판단할 자료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미래 예측 모델들은 쿡 빙하 지반선 내륙 70㎞ 지점의 기반암 고지대 통과 때 급격한 후퇴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실제 발생 시점과 규모에 대한 모델별 예측 차이가 크다.
연구진은 이러한 관측 공백이 윌크스 분지의 미래와 해수면 상승을 예측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연구진은 빙붕 아래를 탐사하는 자율무인잠수정(AUV), 항공 레이더 탐사, 빙저 시추 등을 우선 과제로 제안했으며, 2032, 2033년 예정된 제5차 국제극지의 해를 대규모 공동 관측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극지연구소는 직접 현장 탐사에 나선다. 이원상 박사 연구팀은 서남극 스웨이츠 빙하의 현장 열수 시추 경험을 바탕으로 2028, 2029년과 2030, 2031년 남극 하계 시즌에 쇄빙연구선을 이용해 쿡 빙붕 해역을 탐사할 계획이다.
이원상 박사는 “우리나라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남극 빙상 중 하나인 윌크스 분지는 규모와 급격한 후퇴 가능성에서 서남극에 버금가지만 연구는 극히 일부에 그쳤다”며 “스웨이츠 빙하에서 쌓은 시추와 현장 관측 역량을 동남극으로 넓혀 해수면 상승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