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축·금리 추가 인상 강한 시그널
- 한미 금리차 줄어 원화 강세 기대
- 가계 대출이자 부담 3조대 폭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물가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가파른 성장이 물가를 더 자극할 것을 우려, 지난달 16일에 이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며 ‘선제 대응’에 나섰다.
■“시장에 강한 시그널 줬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달아 인상한 것은 이례적으로, 그만큼 긴축에 속도를 냈다고 볼 수 있다.
연속 인상 자체도 ▷2007년 7, 8월 2회 ▷2021년 11월∼2022년 1월 2회 ▷2022년 4월∼2023년 1월 7회에 이어 역대 네 번째에 불과하다.
금통위는 지난달 반도체 수출 호조로 경기가 급반등하고 중동 상황 여파로 물가가 불안해지자 3년 6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재개했다. 금통위는 “국내경제는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에 힘입어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 인상에 금통위원 7명 중 6명이 찬성했으며, 황건일 위원 1명이 동결하자는 소수의견을 냈다고 공개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27일 연속적인 금리 인상 결정에 대해 “관례에서 벗어난 조치였다”고 밝혔다. 신 총재는 “시장에 강한 시그널을 줬다”며 “기준금리가 3%로 가면서 모든 주체가 그 여파를 점검하고 가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을 언급하며 “(가래가 아닌) 호미로 정책을 편 것”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다음 달 15,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고용지표가 둔화하는 가운데 물가가 서서히 안정되기를 기다리는 국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연 3.50∼3.75%)의 정책금리 격차는 1.00%p에서 0.75%p로 축소된다.
이에 따라 원화 강세가 뚜렷해질지 주목된다. 한미 금리차 축소는 원화의 기초가치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최근 한은 입장이다. 이날 주간종가기준 원/달러 환율은 3.9원 내린 1380.9원을 기록했다.
■연속 인상에 차주들 신음 우려
그러나 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 차주의 부담 가중이 우려된다. 한국은행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연 8%대를 향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시장금리 상승과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강화 등이 맞물리면서 주담대 금리 상단이 7%대로 올라선 상황이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형(5년) 금리는 연 4.72~7.17%로 집계됐다. 지난 7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 7.5%를 돌파했다가, 7%대 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하향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은행채 금리가 들썩이면서 다시 반등하는 모습이다. 지난 1분기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0.25%p 상승하면 전체 차주의 이자 부담은 연간 1조8000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 이자 부담도 연간 1조5000억 원 늘어난다.
향후 6개월 내 한 차례 더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 금통위원들의 6개월 후 기준금리 전망을 반영한 점도표는 전체 21개의 점 중 3.25%에 10개, 3.50%에 6개, 3.00%에 5개가 분포했다. 석 달 전의 점도표와 비교하면 중간값이 3.00%에서 3.25%로 높아졌지만, 올해와 내년의 가파른 성장 전망 상향을 고려하면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에 가깝다는 평가가 시장에서 나왔다.
전문가들은 금통위가 연속 금리 인상 효과를 점검한 뒤 이르면 올해 4분기나 내년 1분기에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아직 금리 인상 사이클 중간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