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 환경규제…英항구 첫 기항
북극항로의 가장 큰 매력은 ‘거리’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부산~네덜란드 로테르담 구간은 수에즈운하를 이용하면 약 2만㎞이지만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약 1만3000㎞로 줄어든다. 약 7000㎞, 35%가 짧아지는 셈이다.
이번 계획대로라면 부산을 출발한 선박은 약 18일 만에 영국 펠릭스토우, 약 20일 만에 로테르담에 닿는다. 운송기간이 짧아지면 선사는 같은 선박을 더 자주 투입할 수 있고 화주는 화물이 바다에 묶이는 기간을 줄여 재고와 운전자금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자동차부품이나 전자제품처럼 단가가 높고 시간이 중요한 화물일수록 이런 효과가 커진다. 해상운송은 항공보다 싸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항공은 빠르지만 비싸다. 북극항로가 기존 해상운송보다 빠른 시간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면 두 운송수단 사이의 틈새 수요를 끌어올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지도 위 거리가 짧다고 운송비까지 저렴해지는 것은 아니다. 북극해에서는 해빙과 유빙 상황에 따라 속도를 낮추거나 항로를 우회할 수 있다. 극지 운항에 적합한 내빙선과 전문인력이 필요하고 일반 항로보다 높은 보험료, 러시아 북동항로 통과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비용과 쇄빙 지원비도 고려해야 한다. 연료 사용량 역시 거리만으로 계산하기 어렵다. 특히 해빙이 많은 시기에는 감속이나 우회로 예상 운항일수가 늘어날 수 있어 정기선에서 중요한 정시성까지 흔들릴 수 있다. 결국 같은 거리라도 계절과 해빙 여건에 따라 손익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짧은 거리에서 얻는 절감액이 이런 추가 비용보다 커야 상업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기항 순서도 손익계산에 영향을 준다. 팬스타가 애초 검토했던 로테르담보다 영국 펠릭스토우를 먼저 들르도록 항로를 설계한 이유도 유럽연합(EU)의 환경규제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팬스타는 부산에서 로테르담으로 바로 갈 경우 편도 기준 약 4억 원으로 추산되는 EU 환경부담금을 펠릭스토우를 먼저 기항하면 1000만~2000만 원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화물 확보도 경제성을 좌우한다. 정기선은 배가 한 번 빨리 다녀오는 것보다 일정한 물량을 꾸준히 싣는 것이 중요하다. 화물이 충분하지 않으면 거리와 시간이 줄어도 선박 한 척당 비용이 더 들어 운임 경쟁력이 떨어진다. 반대로 안정적인 화물을 확보하고 운항 횟수가 늘어나면 규모의 경제가 작동할 여지가 커진다. 선사 입장에서는 배를 채울 물량과 왕복 화물의 균형이 중요하다. 화주 입장에서는 짧은 운송기간에 더해 운임과 정시성이 기존 항로보다 매력적이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실증에서 확인해야 할 숫자는 ‘7000㎞ 단축’이나 ‘20일 도착’만이 아니다. 실제 연료비와 보험료, 통항·쇄빙 비용, 환경비용을 모두 더한 총운항비와 화주가 부담할 최종 운임이 기존 수에즈항로보다 경쟁력이 있는지가 핵심이다. 여기에 정시성과 화주의 재이용 의사까지 확인돼야 정기항로의 사업성을 판단할 수 있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북극항로의 승부는 결국 가장 짧은 길을 찾는 데 있지 않다. 짧아진 거리에서 얻는 시간과 비용의 이익이 극지 운항에 따른 추가 부담을 얼마나 넘어서는지가 관건이다. 이번 항해는 그 손익계산서를 처음으로 실제 컨테이너 화물을 싣고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 북극항로 이점 ※자료 : 해양수산부 |
북동항로 |
기존 해상 공급망 불확실성에 대응한 유럽 연계 신규 공급망 확보 거리와 시간 단축을 통한 수출입 물류 경쟁력 강화 |
북서항로 |
북미 동안 지역의 대체항로 확보 북서항로 권역의 산업 및 인프라와 연계한 신규 물류 수요 창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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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항~로테르담항 편도 항로 비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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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항거리 |
단축 |
절감 시간 |
북동항로 |
1만3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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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에즈항로 |
2만㎞ |
약 35% |
약 10일 |
희망봉항로 |
2만8400㎞ |
약 50% |
약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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