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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고시원 밀집지역. 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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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고시원 방에 욕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려 했다가 청년층의 반발이 거세지자 계획을 다시 살펴보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국민 의견 수렴이 없이 정책을 만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22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고시원 욕조 설치 완화 규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됨에 따라 이를 재검토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어 앞으로도 정책 추진 과정에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를 완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12일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여기에는 고시원 개별실에 욕조 설치, 각 방에 책상 등 학습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한 규정 폐지와 같은 내용이 들어 있다.
현행 기준에는 고시원이 공부와 숙박을 위한 목표로 도입된 점을 고려해 개별실마다 학습시설을 마련하도록 하되 독립적인 주거 공간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고자 취사시설과 욕조 설치를 제한하고 있다. 이에 국토부는 최근 고시원이 수험생을 위한 장소를 떠나 1인 가구의 주거지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관련 규제 손질에 나섰다.
그러나 개정안은 곧바로 역풍을 맞았다. 고시원에 욕조 등이 들어서면 이곳이 아예 저소득층의 주거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어서다. 한편에서는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은 청년층을 위한 대안이 고작 이것이었냐는 불만도 쏟아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청년 소통방에는 “고시원에 욕조를 설치한다고 주거 환경이 개선된다니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 “돈 없는 사람들은 고시원에서 평생 살라는 것”, “정부가 매일 씻을 수 있게 해 주니 눈물 나게 감사하다고 해야 하나?” 등의 글이 쏟아졌다.
한편에서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내놓은 ‘폐버스 개조’ 발상을 함께 언급하며 정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황 의원은 사용할 수 없는 버스에 주거시설을 갖춰 청년들에게 공급하자고 했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공식적으로 사과한 바 있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정부가 주거 취약층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다양한 주택 공급 정책을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충분한 검토 없는 ‘즉흥적 발상’은 경계해야 할 사안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주거난으로 고통받는 청년층을 위한 정책은 더 세밀하게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