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코스피가 지난달 30일 저점 대비 22% 이상 반등하기도 했다. 주가지수가 저점 대비 20% 이상 오르면 기술적으로 ‘강세장 진입’으로 규정한다. 시장 폭락의 공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증시는 다시 불을 뿜었고, 그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었다. 그러나 22%라는 숫자만 보고 “상처가 모두 치유됐다”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
블룸버그는 이번 반등에서 글로벌 자산운용사 베일리 기포드의 신흥시장 전문가 지안 장의 분석에 주목했다. 그의 핵심 논지는 단순하지만 명확하다. “AI 확산 속도에 비해 메모리 반도체 공급 증가 속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재 AI 산업은 단순 대화형 AI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AI 에이전트와 로봇·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 피지컬 AI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고성능 HBM은 수율과 공정 난도가 높아 생산능력을 짧은 시간 내 확장하기가 매우 어렵다. AI가 만드는 수요의 속도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이 구조적 수급 불균형이야말로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판을 깔아주고 있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공격적인 DRAM/NAND 증설이 위협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하지만, 기술 격차가 큰 AI용 고성능 메모리 영역에서 중국이 단기간에 이 구조를 깨뜨릴 가능성은 매우 낮다.
기술적 강세장에 진입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2026년 누적 기준으로 여전히 한국 주식을 130조 원 이상 순매도한 상태다. 최근의 매수세는 ‘완전한 복귀’보다 밸류에이션이 낮아진 데 따른 ‘저가 매수성 재진입’에 가깝다. 상승 추세가 공고해지기 위해선 다음 4가지 핵심 변수가 반드시 확인되어야 한다.
주당순이익(EPS) 추정치의 지속 상향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단순한 주가 상승을 넘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전망치가 실제로 계속 올라가는지, 그리고 HBM뿐만 아니라 일반 PC와 서버용 DRAM 가격이 함께 뒷받침되는 진짜 ‘슈퍼사이클인가’에 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아마존 등 미국 거대 IT 기업들의 AI 설비투자가 꺾이지 않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달 초 물가 지표 안정으로 한숨 돌렸으나, 미국 장기금리가 다시 급등할 경우 기술주 중심의 성장주 밸류에이션은 언제든 다시 압박받을 수 있다.
현재 코스피는 단순한 국가 대표 지수의 성격을 넘어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에서 차지하는 압도적인 비중으로 인해, 지금의 한국 증시는 “한국 국장에 투자한다”기보다 “글로벌 AI 메모리 사이클에 레버리지를 걸어 투자한다”는 성격이 훨씬 강하다. 단 10거래일 만에 22%가 오른 만큼 단기적인 숨 고르기나 변동성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그러나 AI 메모리를 둘러싼 구조적 성장 논리는 훼손되지 않았고, 폭락 과정을 통해 시장에 낀 거품(레버리지)은 대거 청산됐다.
막연한 맹신도, 과도한 공포도 경계해야 할 시점이다. 빅테크 기업의 인프라 투자(AI CAPEX) 지속성과 미국 금리 향방을 차분히 확인하면서, 시장의 중심축인 메모리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펀더멘털을 추적하는 냉철한 접근이 요구된다. 또한 지수 전체가 같이 오르는 과거 상승장보다는 “실적이 확인된 핵심 업종 중심의 차별화된 반등”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에 종목 선별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