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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2026 부산청소년극지체험탐험대 현장르포] 13회 : 프람박물관에서 발견한 인류의 도전과 탐험의 역사

-북극항로 새로운 개척의 시대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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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음과 싸우지 않고, 얼음의 움직임을 이해하다

일정 마지막 날 체험탐험대원들은 오슬로 프람박물관을 찾았다. 북극에서 시작된 탐험의 역사를 돌아보고, 인간이 극한의 자연을 어떻게 이해하고 극복해왔는지를 직접 만나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박물관 안에서 만난 것은 단순한 ‘탐험의 역사’만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한 사람의 생각이 배를 만들고, 그 배가 또 다른 탐험가의 길을 열어주며, 한 세대의 도전 정신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역사가 있었다. 그 중심에 세 차례 극지탐험에 나선 ‘프람(Fram)’호와 노르웨이 국민적 영웅 ‘프리드쇼프 난센(Fridtjof Nansen, 1861~1930)’이 있었다.

오슬로 프람박물관에 들어서면 왼쪽편에 난센의 동상이 프람호를 바라보고 있다. 노르웨이의 국민적 영웅인 난센은 극지를 향한 도전의 역사를 전하고 있다.
프람호를 그대로 가지고와 박물관을 만들었기에 입구에 들어서면 거대한 목선 한 척이 모습을 드러낸다. 100년이 훨씬 넘은 배였지만, 그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난센이 조선공 콜린 아처와 함께 구상하고 설계한 이 배는 당시의 상식을 뒤집어 놓았었다. 북극해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얼음이었다. 얼음에 갇힌 배는 거대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부서진다. 난센은 사고의 전환을 이끌었다. ‘배가 얼음을 이길 수 없다면, 얼음에 맞서는 방법 자체를 바꾸면 되지 않을까.’ 프람은 얼음에 눌려 깨지는 대신 위로 떠오르도록 설계됐다. 얼음이 배를 짓누르면 선체가 얼음 위로 올라가 압력을 피하도록 만든 것이다. 실제로 프람은 1893년 북극해의 얼음 속에 스스로 들어갔고, 얼음에 갇힌 채 북극해의 흐름을 따라 이동했다. 난센의 이론을 확인하는 대담한 실험이었다. 프람이라는 이름에는 그래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앞으로’라는 뜻을 가진 이 배는 단순히 북극으로 나아간 배가 아니었다. 자연과 싸우는 대신 자연을 이해하고, 자연의 힘을 이용해 앞으로 나아간 배였다. 난센이 남긴 가장 중요한 유산 가운데 하나도 바로 이 생각이라고 나는 느꼈다. 극지를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극지를 이해하는 것. 인간의 힘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법칙을 읽고 그 안에서 길을 찾는 것. 오늘날 과학으로 극지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도 맞닿아 있는 태도다.

프람박물관 학예사가 관람객들에게 프람박물관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실물 보존된 프람호, 난센, 아문센 등 극지로 향했던 영웅들의 숨결을 만날 수 있는 프람박물관은 노르웨이가 가장 자랑하는 문화유산 중 하나이다.
■ 난센의 생각은 프람을 타고 다음 세대로 건너갔다

프람박물관에서 더욱 인상적인 것은 프람호 자체보다도 이 배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프람은 난센 한 사람의 배로 끝나지 않았다. 난센 이후 ‘오토 스베르드루프’가 프람을 타고 북극 탐험에 나섰고, 다시 ‘로알 아문센’이 이 배를 이용해 남극으로 향했다. 프람은 세 차례의 중요한 극지 탐험에 사용됐고, 그 가운데 난센의 첫 탐험과 아문센의 남극 탐험이 오늘날까지 가장 널리 기억되고 있다. 여기서 나는 난센과 아문센의 관계에 다시 눈길이 갔다

어린이들이 프람호 내에 마련되어 있는 밧줄 매듭을 체험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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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문센에게 난센은 단순한 선배 탐험가가 아니었다. 그는 ‘영웅’이자 자신의 탐험 계획을 인정해주기를 바랐던 사람이었다. 아문센은 벨기에 남극탐험대를 통해 극지 경험을 쌓은 뒤 자신의 첫 독립적인 탐험을 준비하면서 난센의 지지를 구했다. 난센은 그의 계획을 지지해 프람호를 아문센에게 건네주었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난센이 북극에서 보여준 새로운 탐험 방식은 아문센에게 하나의 유산이 됐다. 철저한 준비. 현장의 조건에 대한 이해. 경험에서 얻은 지식을 실제 탐험에 적용하는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되 자연의 조건을 무시하지 않는 태도. 그렇게 난센의 철학은 프람호를 통해 아문센에게 전해졌다.

관람객들은 자유롭게 프람호에 올라 내부를 둘러 볼 수 있다. 사진은 상갑판위를 둘러보고 있는 관람객들의 모습이다.
■ 프람을 타고 남극으로 향한 아문센

아문센의 이야기는 더욱 극적이다. 당초 아문센은 프람을 이용해 난센의 북극해 표류 탐험을 이어갈 계획이었다. 난센의 탐험을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발전된 장비와 관측 방법으로 북극해를 연구하려 했다. 난센이 남긴 과학적 성과를 확인하고 새로운 자료를 더하는 것이 그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프레더릭 쿡(Frederick Albert Cook, 1865~1940)과 로버트 피어리(Robert Edwin Peary, 1856~1920)가 북극점에 서로 먼저 도달했다고 주장하면서 북극 탐험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지원이 흔들렸다.

프람박물관은 프람호를 있는대로 보존 전시하고 있다. 관람객들은 선실을 둘러보며 당시 탐험가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아문센은 결국 목표를 북극에서 남극으로 바꾸었다. 1910년 프람은 노르웨이를 떠났다. 그리고 1911년 12월 14일, 아문센과 네 명의 동료는 인류 최초로 남극점에 도달했다. 프람은 난센과 함께 북극의 얼음 속으로 들어갔고, 아문센과 함께 지구 반대편 남극까지 갔다. 한 배가 두 극을 연결한 셈이다. 난센이 시작한 길이 아문센에게 이어졌고, 북극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은 남극이라는 새로운 도전으로 확장됐다. 그래서 프람박물관에서 프람호를 바라보고 있으면 한 척의 배를 보고 있다는 느낌보다 탐험의 계보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난센에서 아문센으로. 한 사람의 질문에서 다음 사람의 도전으로.

난센의 지원과 교훈으로 남극탐험에 성공한 아문센이 남극점에 노르웨이 깃발을 꽂고 함께 한 썰매개들과 기념촬영했다.
■ 난센이 남긴 것은 ‘정복’이 아니라 ‘이해’였다

필자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난센이다. 그 이유는 그가 단순히 극한의 자연을 이겨낸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다. 난센은 극지를 바라보는 인간의 생각 자체를 바꾸려 했다. 그는 북극의 얼음과 싸우기보다 얼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연구했다. 배를 얼음에 맞서도록 만드는 대신 얼음의 힘을 견디고 그 흐름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프람호는 그런 생각을 실제 세계에 구현한 결과였다. 난센은 극지 탐험가로서 미지의 세계에 도전했을 뿐 아니라, 이후에는 정치인과 외교관으로서 노르웨이의 국익을 위해 헌신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혼란스러운 국제정세 속에서 노르웨이의 이익과 국제적 위상을 위해 활동했다는 점에서, 그의 삶은 개인적인 성취를 넘어선 책임의 의미를 보여줬다. 동시에 전쟁과 기아로 고통받는 난민들을 위해 국제적으로 활동했고,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난센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시대를 초월한 그의 도전 정신이 강렬한 눈빛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대를 초월한 도전 정신이 난센의 눈빛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난센은 탐험가일 뿐만 아니라 정치인, 외교인으로 조국에 헌신했으며, 인류애를 구현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 8명의 청소년, 새로운 탐험의 출발점에 서다

프람호 앞에 선 청소년들의 표정에는 긴 여정의 마지막이라는 아쉬움과 함께 새로운 질문이 담겨 있었다. 체험대원들은 토론을 통해 “북극을 비롯한 극지가 단순히 추운 곳이 아니라 인간의 도전과 과학의 역사가 담긴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번 탐험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만난 것은 단순히 ‘북극’이라는 장소가 아니었다. 그들은 한 세기 전의 탐험가들이 남긴 질문을 만났다. 그리고 그 질문이 오늘날 과학으로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도 보았다. 탐험은 끝난 것이 아니다. 배가 바뀌었고, 장비가 바뀌었으며, 탐험의 목적도 달라졌다. 그러나 미지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인간의 호기심만큼은 여전히 같다. 어쩌면 그것이 난센이 프람을 통해 남긴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새로운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나아가라“ 그러나 자연보다 앞서려 하지 말고, 자연을 이해하며 나아가라. 오슬로의 바다를 뒤로하고 8명의 청소년들은 프람박물관을 나섰다. 100년 전 누군가는 저 바다를 향해 첫 배를 띄웠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세대가 북극항로 개척을 화두로 그 뒤를 잇는다. 프람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탐험의 역사를 품은 채, 다음 세대의 질문을 기다리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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