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분과 전분당을 만드는 기업 4곳이 ‘가격 짬짜미’를 했다가 7479억 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이는 그동안 담합 사건에서 부과한 과징금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다. 또 이와 별개로 이들 기업은 전분당 입찰 담합 및 전분당 부산물 가격 담합 등의 혐의로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상(주), (유)사조CPK, (주)삼양사, CJ제일제당(주)이 지난 2018년 5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7년 5개월 동안 13차례에 걸쳐 전분·전분당 가격의 인상·인하를 합의하고 실행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법 위반행위 금지명령·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 등과 함께 과징금 7476억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전분당이 제과·제빵·제면, 음료, 빙과, 맥주 등 식품뿐 아니라 제지, 철강 등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서 원재료로 사용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의도적인 가격 인상은 전후방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라 판단했다. 특히 이들 업체가 코로나 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민경제 전반이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원가(옥수수 가격) 변동 부담을 거래 상대방에게 전가하고자 가격 담합을 해 부당이득을 극대화한 것은 사회 통념상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라고 못 박았다.
공정위 조사 결과를 보면 4개사는 사전에 합의한 내용을 거래처에 공문으로 보내면서 이행 여부를 철저하게 점검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컨대 각자 실수요처에 공문을 발송하기로 한 날에 상대방 회사를 방문해 품목별 인상 폭, 인상 시기 등이 합의한 대로 기재되었는지를 살피는가 하면 우체국까지 동행해 실제로 공문이 발송되는지 등도 확인됐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 외에 4개사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전분당 제품에 대해 담합 이전의 경쟁을 회복하는 수준으로 가격을 독자적으로 재결정하고, 앞으로 3년간 반기마다 변경 내역을 보고하도록 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들 업체의 전분당 입찰 담합 및 전분당 부산물 가격 담합 사건에 대해서도 적절한 조치를 하기로 했다. 앞서 공정위는 그동안 조사한 행위 사실, 위법성 및 조치 의견 등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피심인들에게 송부했다. 이는 공정위의 제재 절차가 시작됐다는 의미다.
공정위에 따르면 4개사는 지난 2016년 9월부터 2025년 6월까지 8년 9개월 동안 7개 대형 실수요처가 발주한 구매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낙찰 예정자, 낙찰 순위, 투찰 가격, 투찰물량 등을 합의하고 낙찰 물량을 배분했다. 이 같은 담합으로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액은 9400억 원에 이른다. 아울러 대상, 사조CPK, 삼양사 등 3곳은 지난 2017년 8월부터 2025년 10월(8년 2개월)까지 매월 전분당 부산물 제품의 판매가격에 대해서도 담합을 했다. 연관 매출액은 1조5500억 원으로 추산됐다. 공정위는 업체의 방어권 보장 절차가 끝나는 대로 신속하게 심의를 거쳐 최종 판단을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