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투자 지속 여부 불확실성
- 반도체 쏠림·차익실현 겹쳐
- 변동성지수 장중 95.48 기록
- 빚투 급증 가계 건전성 경고등
코스피 변동성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됐다. 전날 910포인트 이상 빠졌던 코스피는 24일에도 500포인트 가까이 등락을 거듭하는 급등락 장세를 보였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 200변동성 지수(VKOSPI)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67.18포인트(3.26%) 오른 8471.02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장 대비 152.95포인트(1.86%) 오른 8356.79로 출발한 뒤 상승폭을 확대해 8577.52(4.55%)까지 올랐다. 그러나 점심시간께 8080.99까지 하락하면서 8000선마저도 위협 받았으나 오후 들어 다시 우상향해 상승으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도 전장 대비 17.79포인트(2.00%) 오른 909.31로 장을 마감하며 900선을 회복했다.
코스피가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면서 이날 오전 9시11분 기준 VKOSPI는 전장보다 6.32% 급등한 95.06을 나타냈다. 장중 최고치는 95.48이다. 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올해 3월 5일(83.58)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고, 거래소가 해당 지수의 공식 발표를 시작한 2009년 4월 13일 이후 최고치다. 다만 지수가 공식 발표되기 이전부터 수집된 VKOSPI 데이터 상으로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29일 장중 103.05까지 치솟은 기록이 있다. VKOSPI는 코스피200 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30일 기대 변동성을 연율화한 지표다. 코스피200 옵션시장에 상장된 결제월종목을 이용해 잔존기간 30일로 하는 변동성을 산출하는 만큼 옵션 가격이 높아질수록 시장 참여자들이 향후 가격 변동 가능성을 크게 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은은 ‘빚투(빚내서 투자)’ 현상이 증시 변동성을 키운다고 경고했다. 한은이 발표한 ‘2026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신용융자·신용미수(주식 매수 때 부족한 돈을 증권사가 대신 채워준 뒤 나중에 상환) 등 직접 주식매수로 이어지는 차입금의 잔액은 39조4000억 원으로 올해 들어 11조2000억 원 불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2조5000억원)보다 5배가량 많은 데다 해당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주가 급등세에 돈을 빌려서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셈이다.
코스피가 약 10% 폭락한 지난 23일 개인 투자자들이 빌린 돈을 갚지 않아 주식이 강제 처분된 금액은 424억 원으로 나타났다. 전장(198억원)의 두 배를 넘는, 지난 12일(476억 원) 이후 최대 규모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초단기 빚투’로 분류되는 위탁매매 미수금은 1조479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거래는 개인이 증권사로부터 이틀간 빌려 쓴 자금으로, 전장(1조2976억 원)보다 1816억 원 증가했다.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 규모도 급증했다. 5월 말 레버리지 ETF 순자산 총액은 35조4000억 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22조6000억 원 불었다. 지난달 27일 처음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따른 수급 쏠림도 변동성을 키운 요인으로 거론된다. 앞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매매 회전율 등이 급등해 시장 불안정성과 변동성이 굉장히 심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변동성은 AI와 반도체 투자 수익성이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한 불확실성과 쏠림에 따른 차익실현 심리에 기인하는 만큼, 실적 성장세에 대한 어느 정도 가이던스(전망치)가 제시돼야 잦아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시장은 25일 새벽 발표되는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실적을 대기하고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이 지난해 9월 이후 실적 발표 3차례 중 두 차례 때는 주가가 오히려 하락했다. 실적이 좋아서 ‘지금이 피크가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었거나, 시장 자체가 조정 국면이었기 때문”이라며 “그 후에도 추세는 이격 조정을 거친 뒤 상승세로 복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도 비슷하게 볼 필요가 있다. 마이크론 실적 발표는 과열을 식히는 이격 조정의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가계 건전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가계신용은 1분기 말 1993조1000억 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3.5% 늘었다. 한은 본격 금리 인상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빚투를 중심으로 한 가계부채 팽창은 더 큰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