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전 밀집도 가중 안전 우려
부산 기장군이 국내 첫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후보지로 확정(국제신문 18일 자 1면 보도)되면서 부산을 비롯한 동남권 에너지산업과 기자재 업체 등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결합한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대전환’ 정책에서도 부산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원전 밀집도가 높은 동남권에 원자력 시설이 추가로 들어선다는 점에서 안전사고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지난 17일 ‘신규원전 건설부지 선정평가위원회’를 열어 기장군을 SMR 건설 후보지로, 경북 영덕군을 대형 신규원전 2기 건설 후보지로 각각 선정했다. 통상 원전은 경제성을 위해 2기를 함께 짓는다. 정부 목표상 SMR은 2035년, 대형 원전 2기는 2037년이나 2038년에 준공한다.
이번 후보지 선정은 이재명 정부의 원전 정책 기조가 출범 초기 ‘신중’에서 ‘적극 추진’으로 명확하게 전환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된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와 AI데이터센터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을 고려해 정부가 원전 건설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 총괄위원회는 지난 4월 “2040년 연중 최대 전력수요가 138.2GW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이는 11차 전기본에 반영된 2038년 최대 전력수요 전망치(129.3GW)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2040년께 필요한 전력 전망치가 8.9GW 늘어난 것인데 이를 원전으로 충족한다면 지금보다 2~6기가 더 필요하다는 게 기후부 설명이다.
기장군과 영덕군이 각각 선정된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다른 지역보다 SMR이나 원전을 더 빠르게 지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장군 후보지는 고리원전본부 내에 과거 신고리원전 7·8호기 건설 예정지였다가 취소된 곳으로, 원전 건설을 위한 행정절차를 마친 상태다. 고리원전이 운영 중인 곳이어서 송전망 등 기반 설비도 있다. 영덕군 후보지 역시 이명박 정부 때 천지원전을 짓기로 했다가 무산된 곳이다. 당시 원전 건설을 위한 지질 조사와 환경영향평가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
이번 선정에 따라 부산은 ‘블루오션’으로 평가받는 글로벌 SMR 시장에서 거점도시로 발돋움할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SMR을 비롯해 이번 신규원전 건설 계획이 순항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주민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 또 동남권을 비롯한 영남 동해안은 세계에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원전 시설이 몰려있다. 이 때문에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하면 ‘복합 재난’으로 번져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탈핵·환경단체가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탈핵부산시민연대는 이날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