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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부산 벡스코에서 ‘2026 해양주간’ 해양경제포럼과 패널 토론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최수범 국민대 특임교수, 귀베이칭 중국해양대 교수, 김인현 국립한국해양대 석좌교수, 정영두 한국해양진흥공사 북극항로종합지원센터장, 신형철 극지연구소장, 남형식 국립한국해양대 교수, 후지오 오니시 훗카이도대 북극연구센터 박사, 스미르노프 세르게이 마라토비치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 교수. 전민철 기자 |
- 항행 안전·환경보호 공동책임
- “미·중 경쟁, 러·서방 갈등 변수”
북극항로를 둘러싼 국제질서 변화 속에서 한국·중국·일본·러시아 전문가들이 비연안국의 권리 보장과 다자간 협력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해빙 감소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북극항로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는 가운데 연안국 중심의 논의를 넘어 이용국과 이해관계국이 함께 참여하는 새로운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8일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26 해양주간’ 북극항로 국제세미나에서는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을 좌장으로 한·중·일·러 전문가들이 ‘북극항로 비연안국의 권리’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했다.
국민대 최수범 특임교수는 ‘북극해 항로에서 비연안국의 역할 재구성: 법적 지위와 협력적 참여’를 주제로 발표하며 북극항로를 연안국의 관할권만으로 설명하기보다 국제해운로로서 비연안국의 항행권과 협력적 참여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북극항로 논의가 연안국의 관할권 문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유엔해양법협약이 보장하는 항행의 자유와 무해통항권, 국제해협 통과통항권 등 비연안국의 권리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연안국의 역할이 단순한 선박 통항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선박·항만·물류·데이터·안전 협력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해양대 궈베이칭 교수는 ‘중·러 북극해 항로 해운 협력과 한·중·러 3자 협력 제안’을 통해 북극항로가 새로운 유라시아 물류축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궈 교수는 북극항로 발전의 배경으로 해빙 감소, 홍해 사태 이후 물류 리스크 확대, 중·러 전략협력 강화를 꼽았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 경험을 토대로 한국과 일본이 참여하는 동북아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본 홋카이도대 후지오 오니시 교수는 ‘지정학적 세계 속의 북극해운’을 주제로 발표하며 최근 북극을 둘러싼 국제환경 변화를 분석했다. 후지오 교수는 “기후변화에 따른 해빙 감소가 북극항로 개발을 촉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미·중 전략경쟁과 러시아·서방 간 갈등이 북극의 미래를 좌우하는 더 중요한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 국립해양대 세르게이 스미르노프 교수는 ‘범북극 수송 회랑(TAC)으로의 전환 과정에 있는 북극항로’를 발표하며 러시아의 장기 개발 계획을 소개했다. 스미르노프 교수는 “북극항로는 앞으로 범북극 수송회랑의 핵심 축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러시아는 물류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35년까지 물동량 확대와 신규 항만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며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도 중요한 목표”라고 설명했다.
패널토론에서는 국립한국해양대 김인현 석좌교수와 남형식 교수, 한국해양진흥공사 북극항로 종합지원센터 정영두 센터장 등은 북극항로가 러시아를 비롯한 연안국의 관할권 아래 운영되더라도 국제해운의 성격을 가진 만큼 이용국들의 정당한 권리가 존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항행 안전, 환경 보호, 구조·구난 체계, 항만 인프라 구축 등에서는 연안국과 비연안국이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의 역할에 대해서는 부산항을 북극항로 남단 거점으로 육성하고, 조선·해운·물류 경쟁력을 활용해 북극 공급망 구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중국은 화물 창출과 물류 네트워크를, 일본은 기술과 정책 연구를, 러시아는 항로 운영 경험과 인프라를 제공하는 방식의 협력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결론적으로 북극항로의 성공 여부는 연안국과 비연안국의 대립이 아니라 협력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