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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마트 주류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
‘술 권하는 사회’는 옛말이 된 걸까요? 음주해야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통념이 깨진 건 확실해 보입니다.
김예현(24) 씨는 술을 반년에 한 번 정도 마신다고 합니다. 김 씨는 “술을 굳이 먹을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며 “술이 맛도 없을뿐더러 그 돈으로 다른 걸 소비하는 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술집 폐업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1년 사이 부산에서 술집 200곳가량이 장사를 접었습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전국 간이주점과 호프주점은 지난 4월 기준 2만8017곳으로, 지난해(3만916곳)보다 2899개 점포가 문을 닫았습니다. 1년 새 9.3% 감소한 것입니다. 부산은 같은 달 기준 1535곳으로, 전년 대비 11.1%(192개 점포)가 줄어들었습니다.
올 1분기 주류 소비는 사상 최대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1~3월 가구당 월평균 주류 실질 소비지출은 1만3000원으로, 작년 같은 시점보다 9.0% 줄어들었습니다. 물가 변동 영향을 없앴을 때 지출이 이만큼 감소했다는 뜻입니다. 2019년 집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수치입니다.
회식이 줄어들거나 간소하게 하는 경향이 이 흐름에 한몫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학원생 이우석(27) 씨는 “회식하더라도 1차에서 끝나는 편”이라며 “술 강요가 없다 보니 회식에서도 마실 사람만 술을 마신다”고 전했습니다.
평소 음주를 즐기는 직장인 이 모(29) 씨는 “직장 사람들과는 술을 잘 안 마시게 된다”고 합니다. 이 씨는 “술에 취하는 상황을 싫어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며 “회식을 하더라도 서로 배려 차원에서 빨리 끝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습니다.
‘마시고 죽자’는 분위기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7개 시도의 월간 폭음률 중앙값은 33.8%였습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2023년 35.8%로 정점을 찍고 2년 내리 하락 추세입니다. 부산은 지난해 33.6%로 전국 중간치보다 낮았습니다. ▷2023년 36.6% ▷2024년 36.5%로 전국에서 높은 편에 속했던 만큼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월간 폭음률=최근 1년 간 월 1회 이상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성은 소주 7잔(혹은 맥주 5캔) 이상, 여성은 소주 5잔(또는 맥주 3캔) 이상 음주한 비율)
대학생 고영택(23) 씨는 “다음 날 숙취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게 싫어서 술을 잘 안 마신다”며 “한 달에 두 번 정도 마시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고 씨는 “주변에서는 음주를 즐기거나 술을 아예 멀리하는 친구로 나뉘는 분위기”라며 “술을 마시지 않는 대신 카페에서 이야기한다”고 했습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바뀌듯 주류 시장도 쪼그라들었습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주류 출고량은 315만1000㎘(킬로리터)로 나타났습니다. 2014년 380만8000㎘에서 17.3% 감소했습니다. 10년 사이에 6억5700만 ℓ가 줄어든 것입니다. 부산 사직종합운동장 실내수영장의 경영 풀 약 263개를 채울 수 있는 양입니다.
소주의 알코올 도수도 이러한 시장 상황을 반영해 점점 내려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그 추세가 더 빨라졌습니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후레쉬’를 16도에서 15.7도로 조정한다고 2일 밝혔습니다. 2년 만이자 출시 이래 여덟 번째 도수 조정입니다. 참이슬 후레쉬가 20년 전인 2006년 처음 나왔을 때 도수는 19.8도였습니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주류시장 음용 트렌드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자 기획했다”며 “시장 전반에 확산하는 저도화 트렌드와 깨끗한 음용감을 선호하는 소비자 수요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선주조도 지난해 16.5도에서 15.9도로 낮춘 ‘대선 159’를 출시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