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말은 국내외 증시가 사상 최고치 경신 후 안정적 상승과 실적 확인 사이의 변곡점에 서 있는 시기라 정의할 수 있다. 1분기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정점에 달하며, 통화정책을 결정짓는 주요한 이벤트들이 집중된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벤트로는 미국의 3월 소매판매지표, 한국의 생산자 물가지수(PPI), 일본의 BOJ 금융정책위원회, 유럽의 ECB 통화정책회의 등을 들 수 있다. 현재 시장은 지수 급등보다는 기업별 실적에 따른 차별화가 심화하는 구간에 있다.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가 7000포인트를 넘어서며, 국내 시장에서는 실적 발표와 함께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고도화가 현실화하며 AI와 반도체 관련 섹터가 주목받고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감이나 전쟁 위협 속에서도 국내 증시가 견조한 상승세를 보인 이유로는 시장이 악재에 대한 내성이 생긴 것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다음의 세 가지 이유를 제시하기도 한다. 우선 미국의 엔비디아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이 단순한 기대감이 아닌 압도적인 실적을 매 분기 발표하고 있다. 이는 주가 상승의 이유를 증명하면서 하방경직성을 확보한 것과, 전쟁에 대한 공포보다는 반도체 공급 부족과 수요 폭발이라는 강력한 업황 회복세가 투자 심리를 더 강하게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다음으로 과거 오일쇼크 때와는 달리 미국 세일가스 생산량 확대 등으로 중동지역의 영향력이 이전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됐다. 또 유가가 급등하더라도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학습효과가 작용했다고 본다. 똑똑해진 개인들과 기관투자자들이 지정학적 리스크로 일시적인 주가 하락 때는 오히려 저가매수의 기회로 대응하는 모습이 수급상 안정감을 줬다.
마지막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수록 시장에서는 정부의 안전판 역할이 발동할 것으로 기대하는 움직임이다. 예를 들어 경기 위축 우려가 보이면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시점을 앞당기거나 긴축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 하락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다. 한국은 ‘기업밸류업 프로그램’과 같은 정책적 모멘텀이 이어지면서 이달 들어 외국인의 자금이 유입된 것도 최근 상승에 대한 이유가 된다. 또한 이달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라는 대형 수급 호재가 발효되면서, 한국 국채에 대한 글로벌 자금 유입이 원화 가치를 안정시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떠나지 않게 만드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전쟁이라는 심리적 악재가 존재함에도 기업의 이익 성장과 풍부한 자금 유입이라는 구조적 호재가 현재의 주가 우상향 기조에 도움을 준 것이다. 시장에서는 과거 코로나가 확산하며 심각한 우려를 줄 때나 지금과 같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중동 사태의 확전 가능성 있을 때 오히려 주가가 상승의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은 ‘공포에 주식을 매수하고, 모두가 환호할 때 주식을 매도하라’는 격언을 투자자들이 다시 한번 시장에서 증명하고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