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보는 수주 구조 개선 최우선
- 2세 경영인 네트워크 등도 추진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력난, 저가 수주라는 삼중고 속에서 ‘제값 받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가장 큰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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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세현 부산기계설비건설협회장이 취임 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최승희 기자 |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부산시회를 새롭게 이끌게 된 제13대 엄세현(㈜세광 대표이사) 신임 회장의 취임 일성에는 현장의 절박함과 리더로서의 책임감이 짙게 묻어났다. 지난 40여 년간 전기와 소방, 신재생에너지를 아우르며 현장의 생리를 몸소 체득해온 그는 15년 넘게 협회 임원으로 활동하며 느껴온 아쉬움을 혁신으로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엄 회장은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손해 보는 수주 구조’를 꼽았다. 최저가 입찰 경쟁을 벌이다 보니 실제 시공 과정에서 치솟은 인건비와 자재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회원사 간 소통 강화를 내세웠다. 조찬 모임이나 기술 세미나를 정례화해 적정 가격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단합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불합리한 저가 수주를 막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지역 업체에 대한 홀대 역시 반드시 바로잡고 싶은 대목이다. 부산시 조례에는 지역 업체 하도급 비율을 70%까지 권장하지만, 실제 대형 건설사들은 공사 초반 전문건설업종 위주로 생색내기식 비율만 맞춘 뒤 기계설비 단계에선 수도권 협력사를 불러들이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엄 회장은 “10억 원 이상의 대형 공사에서 지역 업체 참여율이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며 “부산시의 행정적 관심을 높이는 동시에 협회 차원의 기술 자문 시스템을 구축해 발주처 신뢰를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기계설비 분리발주’에 대해서는 더욱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관련 법 시행 이후 분리발주가 늘지만 여전히 통합 발주로 인한 하도급 형태가 잔존해 원가에도 못 미치는 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그는 “발주처를 대상으로 한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고 직접 발주 때 회원사들이 더욱 완벽한 시공 품질을 선보일 수 있도록 역량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구상도 구체적이다. 엄 회장은 신라대 에너지관리·산업설비융학학과 겸임교수이기도 하다. 그는 “기후 변화와 IoT 기술 접목으로 기계설비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는데 정작 현장에는 이를 다룰 스마트 설비 전문가가 부족하다”며 “고교·대학에 설비 관련 교육과정 개설, 인력 재교육 등 다양한 인재 양성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고교 졸업생을 채용해 군 복무와 대학 진학, 자격증 취득을 지원하며 5년 안에 사회적 자립을 돕는 본인 회사 모델을 언급하며 건설업이 3D 업종이라는 편견을 깨고 청년이 돌아오는 산업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젊은 리더십 수혈을 위한 ‘차세대 위원회’ 신설안도 눈에 띈다. 가업 승계를 준비하는 2세 경영인을 한데 모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연구 개발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업계 고령화를 막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노유자 시설의 환경을 개선하는 ‘그린리모델링 사업’을 확대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올해 처음 도입하는 ‘애로사항 해소위원회’를 통해 회원사의 작은 목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엄 회장은 1981년 부산공고 전기과를 졸업하고 신라대 에너지관리학과 공학사(2018), 한국해양대 대학원 냉동공조학과 공학석사(2021)를 취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