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국내시장은 역사적인 변동성 구간을 통과하고 있다. 코스피가 사상 최대의 낙폭과 반등을 동시에 기록하는 등 극적인 흐름을 보인다. 지난 4일 이란 사태 등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로 코스피가 장중 12% 이상 폭락하며 서킷브레이커(일시매매정지)가 발동됐다. 이후 이틀 만에 매수사이드카가 발동되며 9% 넘게 반등해 5500~5600포인트 수준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9일 또다시 지수가 8% 이상 폭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패닉 셀(투매·Panic Sell)이 나타나며, 팬데믹(2020년 3월) 이후 처음으로 한 달 내 두 번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이다. 사이드카도 수시로 발동되고 있다.
사이드카는 선물시장의 급변이 현물시장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프로그램 매매호가의 효력을 5분간 정지시키는 제도다. 코스피 시장에서 매도사이드카 발동 요건은 코스피200 선물가격이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하락해 1분 이상 지속될 때 발동된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코스닥150 선물가격이 전일종가 대비 6% 이상 하락하고, 코스닥지수(현물)가 전일종가 대비 3% 이상 하락하는 두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며 1분 이상 지속될 때 발동된다.
발동 규정은 하루에 단 한 번만이다. 이미 발동됐다가 해제된 후 다시 요건을 충족해도 재발동되지 않는다. 사이드카가 발동될 때는 발동 시점으로부터 5분간 프로그램 매매호가의 효력이 정지되며, 5분이 지나면 자동 해제된다. 사이드카보다 더 강력한 조치가 있는데 바로 ‘서킷브레이커’다. 지수가 8% 이상 폭락하면 단계적으로 발동된다.
사이드카는 프로그램 매매만 5분간 정지시켜 선물시장의 영향을 차단한다. 서킷브레이커는 모든 주식거래를 20분간 중단시키며, 지수 자체가 8%, 15%, 20% 하락 시 단계별로 발동된다. 서킷브레이커는 사이드카와는 달리 지수 급락 때만 작동하고, 상승 때에는 발동되지 않는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이란 발 공급충격이 부각되며 국제유가가 급등해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의 투자 포지션 변화가 감지된다. 위험자산인 신흥국 주식 비중을 줄이고, 달러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엑소더스’ 현상이 보인다. 고유가로 인한 IT 수요 위축 우려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과 유가 급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원가 부담 상승 우려로 자동차업종과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형 금융지주사에 대한 비중 축소가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AI인프라 영역의 반도체는 당연 한국증시 상승의 핵심동력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반도체 수요를 바탕으로 견조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기에, 일부 증권사는 반도체 업황개선을 근거로 코스피 목표치를 공격적으로 상향 제시하기도 했다. 3월 주총 시즌을 맞아 기업들의 주주환원정책이 강화되면서, 금융 및 지주사 등 저PBR 종목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다만 중동발 유가급등과 물류비용 상승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으며, 이로 인한 공급망 왜곡이 실물 경제성장률을 후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한다.
현재 한국시장은 단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과매도 구면을 지나 실적 기반의 정상화 과정에 있다고 정의할 수 있다. 변동성이 크지만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어, 시장에서 실적 우량주 중심의 종목별 저가매수는 유효하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